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주위 사람 괴롭히지 말고 저를 구속시켜달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10시 검찰 출석 요구가 없었는데도 스스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청사로 들어갔으나 “출입증 등록이 돼 있지 않다”며 출입을 거부당했다. 이후 수사 담당자인 반부패수사2부 김영철 부장검사와의 전화 연결을 부탁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이어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모든 건 저의 책임이고, 저를 소환해 수사하라고 말씀드렸지만, 귀국 후 일주일이 지나고도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20, 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 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별건수사로 협박하고 윽박질러 진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수사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수사가 피의사실이 유출된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수사 시작도 전에 피의사실이 유출돼 언론이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고, 먹칠하는 행태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당연히 공안부에 배당돼야 할 사안이 장관의 직적 하명수사를 하는 부서가 담당함으로써 정치적 기획수사가 되고 있다”며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갑자기 29일 아침 저의 집과 측근들, 그리고 먹고사는문제연구소 등 6군데를 압수수색했다”고도 했다.
이어 “이정근 개인비리 사건에서 별건수사에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 별건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특수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사건을 이첩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송 대표가 직접 처리했다”는 녹취까지 나온 상황에서 ‘몰랐다’는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자의 지적에 “녹취록 3만 개 중 일부 내용만으로 말하는 것의 신빙성은 검찰과 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답했다.
돈 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는 “전당대회라는 게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참여하고, 저는 후보로서 30분 단위로 전국을 뛰어다녔다. 제가 모르는 상황 있을 수도 있으니 검찰 조사후 책임 있어 기소된다면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검찰이 준비가 안 된 것 아니냐”며 “정식으로 출석 요구를 한다면 나오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차를 타고 떠났다. 이날 청사 앞은 유튜버와 반대‧지지 세력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었다. 송 전 대표가 도착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지지자들은 “송영길 파이팅”을 외쳤고, 반대 측은 “어디 낯짝을 드냐, 고개 숙이라”며 고함을 쳤다.
송 전 대표의 자진 출석과 기자회견에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당 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나 한 명으로 퉁치자’는 식으로 사법 거래를 시도해서야 되겠나”라며 “대인배 흉내를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수사가 조금 속도가 더디면서 주변 압수수색 들어가는 상황에서 정면으로 본인을 조사하라는 의지 표명”이라며 ”민주당도 이 문제에선 조속하게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캠프가 정치자금 9400만 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자금 전달 목적이 송 전 대표 당선이라는 점에서 송 전 대표가 범행을 인지했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