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ㆍ기업 신용위험 커지는데… 은행, 2분기 대출 문턱 낮춘다

입력 2023-04-26 12:00 수정 2023-04-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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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발표
은행권, 기업ㆍ가계 대출태도 완화 기조 이어가
비은행권은 대출태도 강화 지속
가계 신용위험은 2003년 카드사태 수치에 육박

이자부담 증가, 실물경기 둔화 등으로 기업과 가계의 신용(빚)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계 신용위험은 2003년 카드사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 2분기 대출 태도지수는 8로 나타났다.

한은은 국내은행 18개 등 총 204개 금융기관의 여신업무 책임자를 설문 조사했는데, 지수가 양(+)이면 '(대출태도) 완화' 또는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강화' 또는 '감소'보다 많다는 뜻이다.

즉 국내 은행의 2분기 대출태도 지수(8)가 양(+)으로 집계된 만큼 전반적으로는 대출 태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차주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 4분기 각각 -6에서 올해 1분기 6, 2분기 3으로 2개 분기 연속 양(+)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대기업 대출 문턱을 높였다가 올해 들어 다시 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은 1분기 3에서 2분기 8로 5포인트(p) 높아졌다.

한은은 "기업대출에 대해선 예대율규제 완화 연장에 따른 대출여력 증대, 은행 간 시장확보 경쟁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태도 완화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계주택은 14, 가계일반은 6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대출 태도는 완화적이다. 한은은 "그간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된 데다 최근 다주택자 대출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완화적 태도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2분기 대출 태도 완화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신용위험지수는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는 신용위험지수는 35로 집계됐다. 전분기(33)보다 2p 올랐다.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6으로 전분기와 같았고, 중소기업은 28로 전분기(25)보다 신용위험이 높아졌다.

실물경기 둔화, 일부 취약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신용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0.32%에서 올해 2월 말 0.47%로 높아졌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26%에서 0.39%로 확대됐다.

은행이 예상한 2분기 가계 신용위험은 39에서 42로 3p 높아졌다. 2003년 2~3분기(44) 카드사태 수준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2분기(40) 보다 높다.

한은은 "가계의 신용위험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최근 취약계층 대상 포용금융 확대 전략 추진 등의 영향을 받아 전분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잔액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작년 말 4.66%에서 4.95%로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24%에서 0.32%로 확대됐다.

2분기 중 기업의 대출수요를 보면, 대기업은 증가하고 중소기업은 보합을 나타낼 전망이다. 대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둔화, 회사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 악화 우려 등으로 대출수요 증가세가 소폭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중소기업은 그간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전분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 대출수요는 주택거래 부진,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택자금과 일반자금 수요 모두 감소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한편, 2분기 중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모든 업권에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체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 및 대출건전성 저하 우려가 증대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 데 주로 기인한다.

신용위험 역시 모든 업권에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수요는 상호금융조합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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