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불어난 민간의 빚더미가 신용·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으로 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2022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20.8%(추정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 수치로 전년 말보다 7.1%포인트(p) 올랐다.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같은 해 3분기 말(220.5%)보다도 0.3%p 더 올랐다. 민간신용은 자금순환 통계상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기업(비금융법인) 부문의 대출금, 정부융자, 채권 등 부채 잔액을 의미한다.
부문별로는 1년 전보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106.1%)이 2.7%p, 기업신용 비율(114.7%)도 4.4%p 상승했다. 작년 말 기준 GDP대비 가계신용·기업신용 비율의 갭(장기추세와의 격차)은 각 3.2%p, 7.5%p로 전년 말보다 2.6%포인트, 0.6%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부채(1862조1000억 원)만 따로 보면 1년 새 7.8% 늘었는데, 증가 추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한은은 “가계신용은 대출규제 강화, 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명목 GDP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73.4%로 1년 전보다 4.3%p 높아졌다. 한은은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들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2월 기준 7.4로, 주의단계(8이상 22미만)에 근접했다. FSI는 2020년 4월(24.4)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가 작년 6월 0까지 내려왔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다시 오르는 추세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억제를 위한 가장 효과적 대책으로 금리인상을 꼽았다.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 억제 효과는 금리 수준이 높을수록 더 확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분기~2021년 3분기 대출금리가 평균 연 3%일 경우, 1분기 동안 가계대출이 34조1000억 원 불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연 3.5%로 오를 경우 가계대출 증가폭이 26조3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대출금리가 연 4.0%까지 오르면 증가폭은 16조 원으로 급감한다.
한은은 정부가 추진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겠지만, 취약계층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대응을 지속하는 가운데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선제 대응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