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사 공통 상장폐지 가이드라인 업비트 독점 공고히 할 가능성 커
거듭되는 거래소 해킹에 고객 자산 보호 가능한 거래소로 옮길 것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넘기며 시장 쏠림 현상을 증명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업비트 독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두나무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101억 원, 1308억 원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빗썸이 영업이익 1635억 원, 순이익 953억 원을 올렸지만, 두나무와 크게 차이나는 수준이다. 또한, 나머지 원화 거래소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같은 날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1년간 평균 일일 거래량은 업비트 2조6018억원, 빗썸 4852억원, 코인원 1271억원, 코빗 70억원, 고팍스 33억원이다. 지난해 크립토윈터로 가상자산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업비트 사정은 다른 거래소에 비해 여유로운 편이다.
업계는 업비트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망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가 있다. 닥사가 향후 발표할 거래지원 종료 공통 가이드라인이 독점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일원적인 형태로 상장 폐지를 할 경우 이미 생긴 독점구조가에 명분을 준다고 생각한다”라며 “회원사들은 닥사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독점 구조를 강화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통된 가이드라인이 개별 거래소 특색을 지울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발생한 거래소 해킹도 투자자 쏠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일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은 보관 자산의 2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해킹당했다고 공지했다. 이후 고객 자산을 일체 보전한다고 발표했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알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해킹 보험을 들기 어렵다”라며 “거래소 해킹 문제가 반복되면 투자자들은 자력 구조가 가능한 거래소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업비트는 2019년 58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해킹당했지만, 손실 금액을 회사 자산으로 충당했다. 2019년 말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충당 비용을 기타영업외비용으로 처리했다. 투자자들이 만일을 대비해 재정 상황이 안정적인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 거래소 대비 여유로운 재정 상황을 토대로 회사 크기도 확장하고 있다.
2021년도말 두나무 직원 수는 355명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535명으로 증가했다. 두나무는 경쟁사인 빗썸이 2021년도말 직원 수가 312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359명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두나무가 개최한 DCON2023에서 발표한 이상승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은 변동이 심하고 M&A도 활발해 해외 사업자들의 경쟁 압력도 치열하다”라며 업비트 독과점 비판에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더라도 국내 거래소를 통해 입출금을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독점 구조가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고, 다른 거래소들도 점유율 확보를 위한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