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10~20% 싼 매물만 팔릴 듯"
전국 아파트 시장이 집을 팔려는 사람의 행렬만 길어지는 모양새다. 거래절벽에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 매수 대기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매수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큼 가격이 내려와야 매물 적체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물은 43만5847건으로 연초 37만4494건(1월 2일 기준)보다 16.4%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현재 6만1761건으로 연초보다 25.5% 늘었다. 매월 오름폭이 축소됐지 증가세가 꺾이지는 않았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제주(26.6%)다. 다만 물량이 1620건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광주(22.3%)와 경남(21.8%), 전북(21.4%), 강원(19.6%), 전남(19.2%)은 매물이 각각 20% 안팎 늘었다. 인천(16.4%), 충남(15.7%), 경북(15.4%), 부산(15.3%), 충북(15%), 경기(13.9%), 울산(11.5%), 대전(11%)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구와 세종은 각각 8%가량으로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이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취하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3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 건수는 2207건이다. 한 달 평균 5100건 이상 거래됐던 2020~2021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올들어 반짝했던 거래량은 이달 들어 다시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503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월말까지 이 추세라면 1000건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아파트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1년 가까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687만3000원에서 지난달 617만3700원으로 10.2% 하락했다. 서울은 8%, 수도권과 광역시는 10% 정도 빠졌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서울은 5%, 지방은 10% 정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고가에서 수억 원씩 낮아진 거래도 속출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면적 151.31㎡는 지난 15일 최고가보다 9억5000만 원 하락한 44억 원에 거래됐고 경기도 수원시 광교중흥에스클래스 109㎡형은 9억 원 빠진 18억 원에 팔렸다.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범어, 서울 양천구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경기도 하남시 플로리체위례 등에서도 각각 5억~6억 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이뤄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 물량도 많고 추가적인 가격 하락도 예상되는 상황이라 매수자들이 서두를 이유가 없고 그런 만큼 매물 증가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시각차가 좁혀질 때까지는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거래 회복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특례보금자리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9억 원 이하 주택이나 시세보다 10~20% 낮은 값에 나오는 매물을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