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에 힘입어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성장기에 본격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이 지난해 대비 절반 가량 늘었다.
14일 ESG 전문 평가기관이자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장사 211개사의 1494개 안건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44개사로 작년(28개사) 대비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안건 유형별로는 이사·감사 선임, 배당, 정관 변경, 자사주 취득·소각·처분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분석 대상 안건 중 157개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 권고 비율은 10.5%로, 작년(8.9%)보다 1.6%포인트 늘었다.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안건 유형에서 반대 권고율은 3.6%로 지난해(1.1%) 대비 2.5%포인트 상승했다.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늘면서 이사회 안과 주주제안자 안이 경합하는 사례가 증가한 영향이란 게 서스틴베스트의 설명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주주행동주의 급부상이 올해 주총 시즌의 주요 동향”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와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가 그 배경”이라고 전했다.
특히 주주환원 확대를 제안하는 안건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한국의 낮은 배당성향과 관련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제기될 거란 예측이다.
서스틴베스트는 “KT&G, BYC, 태광산업, JB금융지주, 남양유업 등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현금배당 확대 안과 자사주 매입 안이 상정되었으며 이들 안은 모두 부결되었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중장기적 투자를 가정할 때 향후 이 같은 유형의 주주제안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별, 산업별로 주주환원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유분산기업의 경영 투명성 논란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점도 올해 주총의 특징으로 꼽았다. 특히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스틴베스트는 “KT, 금융지주사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POSCO홀딩스와 KT&G의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과 이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