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공단과 2023년말까지 35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왑(FX Swap) 거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두 기관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자 환율 안정을 위해 14년 만에 외환스왑을 추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거래를 재추진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널뛰기 장세'가 지속됐다.
그 결과 지난달 원ㆍ달러 평균환율은 1305.73원으로 2월 1270.74원보다 2.8% 상승했다. 특히 3월 중 원ㆍ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폭은 8.7원으로 전월(7.8원)에 비해 커졌다. 변동률은 0.66%로 주요국 가운데 브라질(0.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두 기관은 원화값의 추가적인 추락을 멈추고,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도 외환스왑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려오면서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현물로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해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화스왑이 체결되면 국민연금은 한은에 원화를 제공하고 한은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달러로 해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이 한은에서 달러를 구해오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지 않아도 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 결정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 "예전과 달리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나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과거처럼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정책을 통해 이를 조정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율의) 큰 변동성에는 대처 방안도 있다" 강조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통화스왑으로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외환시장 불안정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해외투자에 수반되는 환율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고, 외화자금 관리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거래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계약기간 동안 줄지만, 만기시 자금이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에 그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