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들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고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국내 CCUS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핵심 기술로 CCUS에 주목하고 있다”며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CCUS은 화석 연료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탄소를 모아 저장하는 ‘CCS(탄소 포집·저장)’와 포집한 탄소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CCU(탄소 포집·활용)’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040년 이전 지구 평균 온도가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에 그치려면 2100년까지 최대 1조2190억 톤의 탄소를 CCUS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한국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CCUS의 2030년 감축 목표를 기존 104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80만 톤 확대했다. 2030년까지 누적 1680만 톤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으로 CCUS 기술개발과 사업 추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CCUS 기술 투자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 CCUS를 ‘넷제로 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산업을 역내에 유치하기 위해 인허가 단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CCUS 설비 설치 등 프로젝트에 세액공제 지원을 강화한다. CCS의 경우 탄소 1톤당 85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캐나다는 CSS 투자비의 50%, 대기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DAC(Direct Air Capture) 투자비의 60%에 세금을 공제해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CCUS 정책 지원을 총괄하는 책임 부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CSS는 산업통상자원부가, CCU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SK E&S는 호주와 동티모르에서 2030년 기준 연 300만 톤 규모의 CCS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6개 회사와 협력해 말레이시아에 2027년부터 연 200만 톤 규모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국내에 탄소 저장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한상의는 런던협약(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에 따라 포집된 탄소를 이동하기 위한 국가 간 협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높은 CCUS 비용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CCUS 비용은 탄소 1톤당 150달러 수준으로 미국 등 주요국보다 2배가량 높다. 저장소가 부족한 만큼 탄소를 수출하기 위한 수송비용이 동반돼 경제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종민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탄소차액계약제도, 세제지원 확대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정부가 기업에 일정 기간 고정된 탄소 가격을 보장해 탄소중립 기술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올해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해 해당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유럽, 미국과 같이 탄소중립 기술과 산업을 명확히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가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