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현장 지점 방문 진행동
업계...상생 금융 취지 이해하지만 VIP행사 땐 업무 사실상 마비"
이복현 금융감독원이 취임 10개월간 35차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 간담회 같은 정례적인 만남 외에 코로나19와 고금리 상황에서 취약차주 금융지원 완화를 위해 직접 은행을 찾아 다녔다. 말 그대로 ‘광폭행보’다.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업권에서는 너무 잦은 만남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주간일정을 분석한 결과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10개월간 공식적으로 35차례에 걸쳐 금융권 CEO와 회동했다. 한 달에 3.5번 꼴로 업권 CEO들을 직접 만나 금융권 현안을 논의했다.
이는 전임 정은보 원장(17번)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정 전 원장은 핀테크와 금융플랫폼 간담회 등 2회를 제외하면 모두 정례적인 업권 간 간담회였다.
반면, 이 원장은 금융사들과의 정례적인 간담회 외에 11번의 현장 방문을 진행했다. 현장 방문은 주로 은행 영업점을 직접 찾아 현장을 둘러보는 형식이였다.
이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들이 함께했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금융 소비자, 소상공인 등을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 2개월 만에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을 찾으면서 첫 행보를 시작했다. 2주 뒤에는 전북은행 본점을 방문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현장 경영에서는 경제 여건 악화와 관련해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 등을 청취하며 취약차주 지원책을 주문했다. 또 급격한 상환부담을 겪지 않도록 금융당국 차원의 연착륙 방안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올해 들어 이 원장은 현장경영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모두 15번에 걸쳐 금융권 CEO를 만났는데, 이중 8차례가 영업현장에서다.
지난 2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부산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 사실상 전 은행권을 다 방문했다. 3월말과 4월에는 우리은행 영업점을 두 차례나 방문하면서 새로 선임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일주일 동안 두 번 만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방문할 때마다 상생금융에 대한 은행권 동참을 요구했다. 은행권은 일제히 릴레이 상생금융안을 내놓으면서 이 원장의 요구에 화답했다.
금감원은 하나, 부산, 국민, 신한, 우리, 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생금융지원 방안이 가계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본 결과 연간 차주 170만 명이 3300억 원 수준의 대출이자 감면 효과를 예상했다.
선의가 입장에 따라 때로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너무 잦은 만남으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을 방문하는 의도와 취지는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VIP 행사가 있으면 해당 지점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만큼 부담감도 크다”고 토로했다.
혁신금융을 추진하는 빅테크 업체들은 서운함도 있다. 빅테크 업계 관계자는 “혁신 서비스와 관련해 관련 규제를 풀어줄 것처럼 하더니 간담회가 끝나고 나서는 다시 규제 장벽이 여전한 경우가 많다”며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도 당국의 규제가 너무 심해 혁신금융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빅테크 업체들의 사기가 많이 꺾인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 2월 이 원장은 인터넷은행 3사 CEO와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의무 완화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부실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