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준수 등 노동자와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농업계의 근심이 커져가고 있다. 생산비가 급증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에 경제적인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18일 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물가 폭등과 임금 삭감 등을 내세우며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9620원에서 24.7% 인상한 1만200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농업계는 최저임금의 인상에 염려가 크다. 당장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료와 사료는 물론 농자재비에 전기요금 면세유 가격 등 생산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해 일용근로자의 급여 수준도 오를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논벼(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국내 10a당 논벼 순수익은 3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만5000원이 줄었다. 생산비는 7.9%가 늘어난 반면 쌀값은 하락해 수입은 9.5%가 줄었다. 특히 비료 구매비는 71.4%가 증가했다. 또 통계청의 '2022 농가구입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인건비 역시 전년 대비 13.0% 상승했다.
한 농가 관계자는 "생산비 부담은 계속 커지는데 농산물 가격은 생산비 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을 막겠다고 농산물 가격도 억누르고 있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농가들은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노동자의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고용부는 올해 1월 '근로시간 적용 제외 규정의 현대화 방안'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이는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는 1차산업에도 근로시간을 적용할 수 있도록 대상과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추진된다. 이후 고용부는 지난달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1차산업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로시간과 휴게·휴일 적용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1차산업인 농축산분야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주 40시간이라는 법정근로시간을 비롯해 연장근로시간도 제한받지 않는다.
근로시간 적용 역시 농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근로시간 적용 대상은 일용근로자를 제외한 1년 이상 상시근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1년 단위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시설작물과 축산분야 등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논과 밭 등 농업 분야는 하루 단위로 계약관계를 맺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의무를 부과하기 쉽지 않아 상용근로자를 고용하는 축산·시설원예 분야가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축산농가 등도 사료비 상승 등 생산비가 올라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기준 적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