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급감이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KDI는 9일 발간한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3.6% 줄면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이 월간 기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전체 수출의 20%에 육박하는 반도체 수출이 34.5% 줄어 8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은 대중(對中) 수출이 직격탄을 맞으며 10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KDI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40% 줄어 전체 수출액 감소(-12.6%)에 –7.9% 포인트(p) 기여했다"며 "반도체 수출 급감은 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댜"고 평가했다.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반도체 경기 악화 여파로 전월보다 2.4%p 하락한 68.4%를 기록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20.1%로 전월보다는 0.7%p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KDI는 최근 반도체 경기가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정도로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2월 반도체 생산은 전년대비 41.8% 줄면서 2001년 7월(-42.3%),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동률지수(계절조정 기준)도 49.1% 하락했다. 2001년 7월(-44.7%), 2008년 12월(-48.0%)과 유사한 모습이다.
반도체 재고율은 254.2를 기록하며 2001년 7월(247.6), 2008년 12월(204.6)의 수준을 상회했다.
다만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된 모습이다. 2월 서비스업생산은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대면활동 확대로 전월보다 0.7% 늘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승용차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전월대비 5.3% 증가했다. 넉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전월 대비 0.2% 늘었다. 건설기성도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늘면서 6.0% 증가했다.
2월 취업자 수는 2771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3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41만1000만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것이며 2년 만에 최소 증가폭이다. KDI는 제조업 경기 부진 속에 서비스업의 취업자 수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등 고용 둔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등 해외 은행권 부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태로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가 확산되면서 국고채 금리(3년)와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지수는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