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사기전과 없는데 “사기꾼!” 놀리는 동료…명예훼손죄 적용 가능할까

입력 2023-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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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대현 법률사무소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툼이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에 떠도는 소문을 말한 것뿐인데, 동료는 “사실과 다르다”며 저를 다그쳤고 급기야 저에게 “이 사기꾼”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모욕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저를 ‘사기꾼’이라고 표현한 것이 화가 납니다. 저는 사기 전과가 없거든요. 이 동료 직원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길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말이 나의 귀에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나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할 수 있을까요? 혐의를 적용하려면 그 주장의 사실 여부가 중요할까요? 대현 법률사무소의 김종현 변호사에게 자문해봤습니다.

Q: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A: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사실이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합니다.

Q: 법에서 말하는 ‘사실’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A: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과는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이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합니다.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해야 하죠.

Q: 저는 사기 전과가 없으니 ‘사기꾼’이라는 표현은 사실이 아닌 거죠? 그렇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을까요?

A: 당시 대화가 이뤄진 상황 등을 보면, 사기꾼이라는 표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닌 단순한 의견제시나 가치판단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인 사실이 아니라 명예훼손죄 성립은 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그 진위여부가 증명 가능한 사실을 적시해야만 하는데, 이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히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해 주관적 가치 판단에 기해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적시가 없으니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렵죠.

Q: 만약 대화 내용이 ‘사기죄로 처벌을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면 상황은 달라질까요?

A: 그러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가 ‘사기꾼이 맞다’라고 얘기했다면, 이는 상대방이 사기죄의 전과자라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 명예훼손죄 적용이 어렵다면 이 동료를 혼내줄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A: 사실을 적시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해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Q: 모욕죄 혐의의 구성요건은 어떻게 되나요?

A: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됩니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고자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사실 적시가 아니라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기꾼’이라고 말하며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면 회사 동료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모욕의 정의는 어떻게 되나요? 표현의 자유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표현이 다의적이거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신조어 등의 경우에는 언행을 한 가해자가 그러한 표현을 한 경위 및 동기, 의도,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의미를 확정한 뒤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가 성립해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대법원은 모욕적 언사가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지위와 그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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