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결국 ‘자동차’ 그 자체다. 소비자는 결국 ‘제품’인 자동차를 통해서만 산업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의 신차 출시는 단순히 새로운 모델이 추가되는 개념보다 앞으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완성차 기업 역시 신차를 통해 자사의 비전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를 쏟아내고,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통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다. KG모빌리티는 사명까지 바꿔가며 전기차 ‘토레스 EVX’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빨라지는 자동차 산업의 시계에 맞춰 분주한 경영을 펼치는 모습이다.
반면 르노코리아(이하 르노)의 시계는 멈춰선 듯하다. 신차 부재로 XM6, QM6, SM6 세 개 모델에 그치는 부실한 라인업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입 브랜드들도 1년에 몇 개의 신차를 쏟아내는 와중에 르노의 신차는 내년에야 출시될 예정이다. 신차가 없다는 것은 곧 소비자에게 선보일 비전이 없다고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멈춘 시계를 다시 돌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신차’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차종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잔인하지만 내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소비자는 결국 ‘제품’을 통해 기업을 판단한다. 누구도 르노의 시계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르노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제품, ‘차’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