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신차 가격이 상승했다. 물류와 반도체 대란이 이어진 데다 원·부자재 단가의 상승이 이들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산업 수요는 존재하는데 차를 그만큼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었다.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2020년 들어 국내 완성차 역시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거침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신차의 가격 상승이 시작되자 소비자의 구매 만족도는 이와 비례해 하락했다.
거꾸로 중고차 소비자의 만족도는 상승했다. 특히 중고차 가운데 수입차의 만족도가 국산차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연간 10만 명)’를 보면 이런 트렌드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사는 구매한 차에 대해 종합적으로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게 해 ‘만족도’로 삼았다.
그 결과 중고차 구매자 만족도가 신차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수입 중고차 만족도가 국산차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구매자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 가격 대비 효율성 때문이다. 수입 중고차가 더 앞선 것 역시 ‘수입차=고급차’라는 등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품질에 대한 신뢰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차에 대한 만족도는 2018년 이후 3년간 △7.53→△7.68→△7.76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차의 만족도가 △7.35→△7.42→△7.42로 정체된 것과 대조적이다. 중고차 만족도는 신차와 격차를 해마다 △0.19→△0.26→△0.35로 벌리고 있다.
국산보다 수입차 만족도가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국산 중고차가 최근 3년 사이 △7.48→△7.61→△7.69점으로 7점대 중반을 유지했다. 반면 수입차는 이보다 0.4~0.5점 이상 높은 △7.90→△8.14→△8.14점으로 8.0대를 뛰어넘었다 상대적으로 중고차에 대한 만족도가 크고, 신차에 대한 만족도가 정체된 것은 신차 가격의 상승이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이 높은 대중 소비재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하는 감가상각이 존재한다. 최근 신차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를 구매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하락했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중고차의 경우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신차를 기준으로 국산 고급 대형 세단의 경우 불만 건수가 높은 반면, 별다른 편의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소형 경차에 대한 만족도가 오히려 크다”며 “소비자의 만족도는 내가 낸 금액에 비례해서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