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추첨제, 문턱 낮아진 대출…'영끌' 바람 다시 부나

입력 2023-04-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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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기회 생긴 젊은층 무리한 도전 나올 수밖에"
자금 여력 확인은 기본…안 지키면 통장만 사라져
"실패 사례 학습 효과 있어 많지 않을 듯" 관측도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까지 추첨제가 부활하면서 청약시장에 봄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가점의 문턱에 가로막혔던 '2030세대'가 인기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대출 금리 하락 등과 맞물려 잠잠해진 '영끌'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추첨제가 시행된다. 지난 1.3대책으로 서울에서 전용 85㎡ 이하 아파트의 추첨제가 부활했는데 이들 지역은 빠졌었다.

지금까지 규제지역에서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했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높은 순으로 당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2030세대는 사실상 당첨이 어려운 구조다. 추첨제는 이런 점수와 관계없이 청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남·용산지역에서 청약하는 아파트에서 전용 60㎡ 이하는 60%, 60㎡ 초과~85㎡ 이하는 30%를 추첨으로 뽑는다.

강남·용산지역 85㎡ 이하 추첨제 부활은 청약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030세대를 포함해 그동안 도전이 불가능했던 수요자까지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강남·용산의 경쟁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고 그 주변 지역과 분양시장 전반으로 열기가 퍼질 수 있다"며 "이번 규제 완화는 시장 활기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시장 전반이 달아오르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등 감당 가능한 수준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영끌족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기준 완화와 금리 하락 등을 고려하면 가점제에서는 제로였던 가능성이 늘어난 젊은 층 중 영끌을 해서라도 기회를 잡아보려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매제한 해제 등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들어왔다가 생각처럼 전개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금리 상황에 고무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규제 완화만 믿고 모험을 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용산 추첨제는 사실상 청년들에게 희망 고문일 수 있다"며 "본인의 자금 여력에 맞게 청약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걸 지키지 않으면 통장만 써버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남·용산 추첨제 시행이 영끌족 양산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권 리서치팀장은 "영끌이 확대되려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져야 하는 데 아직은 침체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고 불과 1~2년 전 영끌 실패를 본 통한 학습효과가 있다"며 "무리하게 진입하려는 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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