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여력 확인은 기본…안 지키면 통장만 사라져
"실패 사례 학습 효과 있어 많지 않을 듯" 관측도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까지 추첨제가 부활하면서 청약시장에 봄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가점의 문턱에 가로막혔던 '2030세대'가 인기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대출 금리 하락 등과 맞물려 잠잠해진 '영끌'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추첨제가 시행된다. 지난 1.3대책으로 서울에서 전용 85㎡ 이하 아파트의 추첨제가 부활했는데 이들 지역은 빠졌었다.
지금까지 규제지역에서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했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높은 순으로 당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2030세대는 사실상 당첨이 어려운 구조다. 추첨제는 이런 점수와 관계없이 청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남·용산지역에서 청약하는 아파트에서 전용 60㎡ 이하는 60%, 60㎡ 초과~85㎡ 이하는 30%를 추첨으로 뽑는다.
강남·용산지역 85㎡ 이하 추첨제 부활은 청약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030세대를 포함해 그동안 도전이 불가능했던 수요자까지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강남·용산의 경쟁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고 그 주변 지역과 분양시장 전반으로 열기가 퍼질 수 있다"며 "이번 규제 완화는 시장 활기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시장 전반이 달아오르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등 감당 가능한 수준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영끌족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기준 완화와 금리 하락 등을 고려하면 가점제에서는 제로였던 가능성이 늘어난 젊은 층 중 영끌을 해서라도 기회를 잡아보려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매제한 해제 등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들어왔다가 생각처럼 전개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금리 상황에 고무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규제 완화만 믿고 모험을 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용산 추첨제는 사실상 청년들에게 희망 고문일 수 있다"며 "본인의 자금 여력에 맞게 청약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걸 지키지 않으면 통장만 써버리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남·용산 추첨제 시행이 영끌족 양산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권 리서치팀장은 "영끌이 확대되려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져야 하는 데 아직은 침체기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고 불과 1~2년 전 영끌 실패를 본 통한 학습효과가 있다"며 "무리하게 진입하려는 수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