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손님 접대 음료의 대명사였던 주스(과채음료)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 주스 업체는 오렌지와 포도, 사과에 그치던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칼로리를 줄인 저당제품과 건강 이미지를 앞세워 재도전에 나선다.
2일 한국농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만 해도 7429억 원이던 과채음료(주스) 시장 규모는 2019년 6926억 원으로 7000억 원대 아래로 떨어지더니,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부터는 2년 연속 6400억 원에 머물렀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60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스 인기 하락의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에는 고급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주스는 최근 생과일과 착즙 음료에 고객을 뺏긴 상황이다. 또한 당 함유로 칼로리가 높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도 하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제로 탄산에도 파이를 내줬다.
주스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제조사들의 관련 매출도 감소세다. ‘델몬트’ 브랜드로 과일 주스 점유율 25%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롯데칠성의 과채음료 매출은 2017년 2099억 원에서 2021년 1696억 원으로 5년간 -19.2% 수직 낙하했다. 같은 기간 ‘썬키스트’를 앞세운 해태htb의 주스 매출도 1099억 원에서 926억 원으로 -15.8% 추락했다. ‘미닛메이드’를 팔고 있는 코카콜라의 주스 매출은 778억 원에서 407억 원으로 -47.8% 떨어지며 반 토막 났다.
서울우유와 웅진식품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아침에주스’를 팔고 있는 서울우유의 주스 매출은 2017년 370억 원에서 2021년에는 356억 원으로 -3.9% 주춤했고, ‘자연은’ 브랜드를 팔고 있는 웅진식품의 과채음료 매출은 778억 원에서 754억 원으로 -3.2% 내리는 데 그쳤다.
주스 업체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품목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건강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연내 고농축 기능 주스를 내놓고 델몬트 브랜드 리뉴얼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칠성은 “음료시장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표 주스 브랜드‘델몬트’의 당류 저감 프로젝트 실시와 패키지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상품군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20년에는 ‘아침에주스 블랙라벨 750㎖’를 내놨고, 이듬해 망고배도라지 맛 등 ‘아침에주스 유기농 키즈 120㎖’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제주 당근과 풋귤 등 ‘아침에주스 제주 750㎖’도 선보였다. ‘아침에주스 블랙라벨’ 2종의 지난해 누적 판매량만 345만 개에 달하며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 증가에 따른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프리미엄 주스 출시로 지속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식품은 오렌지, 포도 등 기본 과일에 최근에는 샤인머스캣, 타트체리, 납작 복숭아 등 신제품을 내놓고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이 결과 ‘자연은’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2021년 대비 18% 이상 늘었다. 웅진 관계자는 “2021년 출시한 ‘자연은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제로칼로리 리얼 건조과일음료 ‘자연은 더말린’ 3종을 내놓고 저칼로리 주스도 내놨다. ‘자연은’ 브랜드 중 최초의 제로 칼로리 라인업이다.
코카콜라의 ‘미닛메이드’는 최근 과즙에 칼슘을 함유한 신제품 ‘쿠우 오렌지’와 ‘쿠우 사과’ 2종을 내놨다. 코카콜라는 ‘쿠우’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쿠우송’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재미와 추억을 담은 광고 외에도 신제품 출시를 기념한 굿즈 이벤트 등 다양한 소비자 이벤트를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