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고용자 수가 줄었다. ‘투자 혹한기’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3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벤처‧스타트업 3만 3045개 사는 74만 6000명을 고용했다. 이는 전년보다 8.1% 늘어난 수치다.
반면, 지난해 6월말 기준 벤처‧스타트업 3만 4362개사의 고용은 76만 1082명이었다. 하반기에만 1만 5000여 명의 고용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나빠진 스타트업 업계 상황이 고용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년 고용도 함께 줄었다. 지난해 6월 벤처‧스타트업의 청년 고용은 20만 1677명으로 전체 고용의 26.8%를 차지했지만 같은 해 말 벤처‧스타트업의 청년 고용은 19만 8000명으로 줄었다. 6개월 사이 벤처‧스타트업의 청년 고용 수치도 소폭 감소한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투자 혹한기로 인한 고용 감소라기보다는 벤처기업을 추산하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고용 인원에도 변동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벤처기업 인증 제도를 바꿨다”며 “이전에는 벤처기업 대출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경우 자동으로 벤처기업이 됐지만 2021년 이후 그렇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에 벤처기업에 포함됐던 기업이 그렇지 않게 되면서 고용된 인원수도 함께 줄었다는 것이다. 다만, 기준이 바뀌었음에도 벤처‧스타트업 수는 증가했고 고용 감소폭이 통계작성 기준 변동을 이유로 삼기에는 상당히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악화의 변수를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영상‧공연‧음반 업종의 전년대비 고용 증가율은 15.4%로 전체 업종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뒤를 게임(14.9%), ICT서비스(12.3%)가 이었다. 드라마‧음악 등 K콘텐츠의 세계적 유행으로 관련 업계 투자가 증가해 고용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분야의 고용증가율은 약 5% 수준으로 전체 벤처‧스타트업과 비교해 낮았다.
투자의 증가는 벤처‧스타트업의 전반적인 고용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중기부의 발표에 따르면 벤처투자 10억 원 당 3.2명의 고용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지난해 8만 653명을 고용해 전년보다 29.8% 증가했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에 한정해 고용률이 올라간 업종을 살펴보면 ICT서비스가 37%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뒤를 영상‧공연‧음반(36.6%), 게임(33.7%)이 이었다.
지난해 K콘텐츠 투자가 늘어 전체 벤처‧스타트업을 두고 보면 영상‧공연‧음반의 고용증가율이 가장 크지만, ICT서비스는 이전부터 투자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기저효과에 따라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영 장관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벤처투자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벤처‧스타트업이 성장자금을 차질없이 공급받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