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라면이 1분에 43개씩 팔린다. 닭고기 전문기업이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해 라면을 찜하고, 신상품을 줄줄이 선보인다.
고물가에 라면 전성기가 돌아왔다. 불황형 소비의 대명사인 라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식품업체들이 너도나도 라면 사업에 힘주고 있다.
26일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8% 치솟았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는 라면 매출이 전년보다 12.9% 올랐다. 이커머스 G마켓에서도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라면 판매량이 14% 늘었다.
더본코리아가 올해 1월 이마트와 CU와 협업해 선보인 ‘빽라면’과 ‘백종원의 고기짬뽕’은 출시 6주 만에 265만 개가 팔렸다. 1분에 43개씩 팔리는 셈이다. 업계에선 국물 라면이 출시 2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200만 개 넘게 팔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해마다 성장해온 라면 시장은 2021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HMR(가정 간편식) 유행에 파이를 빼앗기며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 고물가에 다시 덩치를 불리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에만 2조64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한 라면 시장은 올해 5.2% 더 몸집을 불리고, 2027년에는 3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 업체들의 전망도 밝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매출 3조422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6%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1122억 원으로 4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 매출은 9.63% 늘어난 3조4899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14.4% 개선된 2125억 원으로 전망됐다. 삼양식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86억 원, 1199억 원으로 14.3%, 32.6%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축소되고,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에 매우 민감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도가 높은 라면의 수요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라면의 주요 원재료 투입단가와 해외 법인 운반비가 점차 안정화되고,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는 다른 원재료 대비 가격 안정화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시장 성장세가 예상되면서 식품업체들의 라면 사업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해 더미식 브랜드로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에 나선 하림은 이달 초 라면에 고소한 치킨햄을 더한 ‘챔라면’을 출시하더니 곧이어 더미식 ‘육개장칼국수’를 내놨다. 최근에는 전국 비빔면 맛집의 레시피를 연구해 만든 더미식 ‘비빔면’을 선보였다. 하림이 3월에만 내놓은 라면은 3종에 달한다.
라면 업계 1위 업체 농심은 지난달 비빔라면 ‘배홍동’의 쫄면 버전 ‘배홍동 쫄쫄면’을 출시해 비빔면 시장 1위 업체 팔도 ‘비빔면’의 격차 줄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에는 파스타 라면 신제품 ‘파스타랑 알리오올리오’도 출시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진라면 모델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내세우더니 최근에는 ‘열라면’과 쫄깃한 떡볶이 떡을 조합한 ‘열떡볶이면’을 리뉴얼해 내놨다.
불닭시리즈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하고, ‘에센셜짜장 컵라면’을 내놓더니 이달 초에는 봉지면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 회사의 대표제품 불닭볶음면은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며 마케팅도 강화한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불황의 대명사는 역시 라면인 만큼 최근 판매 흐름이 좋다. 올해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