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원 아파트를 3000만 원에”…집값 급락지역, 지금이 ‘갭투자’ 적기?

입력 2023-03-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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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본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 단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세종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본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 단지.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해 아파트값 하락세가 커졌던 지역들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구매하는 ‘갭투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맷값과 전셋값이 차이가 나지 않는 무 갭투자나 오히려 전셋값이 더 큰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도 등장했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지역 1위는 경기 화성시로 집계됐다. 화성시는 전체 거래 1838건 중 77건이 갭투자로 진행됐다. 화성시에 이어 △세종 65건 △경기 평택시 53건 △인천 연수구 53건 △경기 남양주시 43건 순으로 많았다.

화성시에서는 병점동 ‘병점역에듀포레’ 아파트 전용면적 75㎡형이 지난달 5일 3억 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후 해당 가구는 바로 그다음 날 2억7000만 원에 전세 계약도 맺었다. 사실상 이 집주인은 3000만 원에 아파트를 구매한 셈이다.

세종에서는 1000만 원에 갭투자 거래가 나왔다. 세종 도담동 ‘세종시리슈빌S’ 전용 18㎡형은 지난해 1월 전세 보증금 1억1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 가구는 지난해 12월 1억2500만 원에 매매됐는데, 이후 임차인이 1억1500만 원에 갱신계약을 체결하면서 집주인은 결과적으로 집을 사는 데 1000만 원을 들였다.

평택시에서는 돈을 들이지 않거나 오히려 전세 보증금이 매맷값보다 높아 차익이 생기는 사례도 나왔다. 평택시 서정동 ‘서정트인자리애1차’ 전용 27㎡형은 1월 보증금 1억15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가구는 그보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억 원에 매매 거래된 바 있다. 되레 집주인이 1500만 원 차익을 얻은 것이다.

평택시 지산동 ‘건영’ 아파트 전용 40㎡형은 지난달 보증금 1억2000만 원에 전세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매맷값과 같다. 단순 계산으로는 집주인이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구매한 셈이다. 이외에도 최근 인천 연수구 ‘동남’ 아파트 전용 52㎡형은 갭 1500만 원,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신일해피트리2단지’ 전용 59㎡형은 갭 1000만 원에 각각 거래됐다.

최근 전셋값 대비 아파트 매매값 하락폭이 더 커지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지역들 중심으로 갭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값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곳들에서 거래가 활발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아파트값 상승률 1위였던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16.74% 떨어지면서 전국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화성시와 인천 연수구 아파트값 역시 지난해 10%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값 저점에 대한 기대심리가 수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전셋값 조정 가능성이 있어서 갭투자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다고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전셋값 대비 매맷값 하락이 더 큰 곳들에서는 수억 원씩 떨어진 곳들이 많은데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투자가 이어졌다”면서도 “작년에 비해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뿐이지 여전히 전셋값이 조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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