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KT&G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문제 삼은 이들은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 채택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일부가 행동주의 펀드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KT&G는 과도한 주주환원 정책에 성장 동력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KT&G는 28일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과 자사주 취득 및 소각, 현금배당 등에 관한 안건을 상정한다.
우선 배당과 관련해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을 제시했으나 안다자산운용은 7867원,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1만 원을 제안했다. 또 FCP는 자사주 취득과 소각 안건도 상정했다. 15% 이상을 차지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고 1조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라는 주장이다.
사외이사 증원과 선임에서도 양측의 안건은 엇갈린다. KT&G 이사회는 현행 6명을 유지하려 하지만, 안다자산운용은 8명으로 증원하자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돼 KT&G 이사회는 김명철·고윤성(재선임)·임일순(신규선임)을 후보로 내세웠다.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김도린·박재환을, FCP는 차석용·황우진을 후보로 삼아 대결을 벌인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던 KT&G인삼공사의 인적분할은 안건에서 빠졌다. 안다자산운용은 인적분할 안건을 KT&G 주총에 상정해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대전지방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주총이 다가올수록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수위도 거세지고 있다. FCP는 최근 KT&G와 자기주식을 출연받은 산하 기금 및 재단에 주총 의결권 행사 내역과 각종 의혹에 관한 확인을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발송했다. 10년간 KT&G 산하 기금과 재단의 주총 의결권 행사 및 이사장 채용과 운영에 관한 경영진의 직접 개입 여부 등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의결권의 경우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했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주총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의 적법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이 지정하는 검사인의 선임도 신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안건에 힘을 실어줘 KT&G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ISS는 최근 KT&G와 관련해 “이사 3명을 추가 선출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자사주 매입, 배당 제안 등도 찬성했다. 다만 또 다른 자문사 글래스루이스가 KT&G 이사회의 안건에 찬성표를 권고한 것은 위안거리다.
KT&G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성장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KT&G는 2021년 2조7500억 원가량의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고 이행 중이다. 올해는 현금배당을 전년 대비 200원 올린 500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만 5814억 원으로 작년 연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53%를 차지한다.
KT&G는 또 올해 초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에 대응하고자 5년간 약 3조9000억 원의 성장 투자를 약속했다. FCP가 요구한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연간 2조4000억 원가량의 재원이 소모돼 투자 여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도한 주주환원이 회사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게 되는 셈이다.
KT&G 관계자는 “현재 주주환원 규모의 3배가량에 달하는 제안주주 측 요구는 회사의 성장투자와 자금조달 계획 등을 고려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올해 하반기에 현재보다 강화한 ‘신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방침이고, 여기에는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