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이변의 연속…신라·신세계·현대百 나눠 먹기

입력 2023-03-19 14:00 수정 2023-03-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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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中 CDFG·롯데 탈락 이변…롯데 vs 신라, 면세업계 순위 바뀌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 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해 이변의 연속이라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면세 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입찰에 뛰어들어 면세업계가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에 한껏 긴장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입찰가에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또 글로벌 2위 사업자이자 국내 면세업계를 대표하던 롯데면세점이 사업자 후보에도 들지 못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더했다. 특히 이번 면세 사업권이 10년 장기 계약인 만큼 향후 롯데와 신라의 면세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7일 T1(제1여객터미널) 및 T2(제2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사업자 선정 입찰의 가격 개찰을 마치고 사업제안서 평가 결과와 합산 점수를 기준으로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3개사로 사업권별 복수 사업자를 선정했다.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를 판매하는 DF1·2구역, 패션·부티크를 판매하는 DF3·4구역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로 복수 사업자가 선정됐다. 또 부티크만 판매하는 DF5구역은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호텔신라로 정해졌다.

애초 세계 1위 면세 사업자로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입찰가를 높게 써낼 것으로 예상됐던 CDFG는 DF1~4구역 모두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일찌감치 복수 사업자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세사업권 입찰은 종전과 다르게 T1과 T2 사업권을 하나로 묶어 허가를 내준다. 예를 들어 DF1 사업자로 호텔신라가 선정됐다면, 이 회사가 T1과 T2, 탑승동에 있는 DF1 구역을 모두 운영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DF1·2구역은 1그룹, DF3·4·5구역은 2그룹으로 나눠 같은 그룹 내에서 중복해서 낙찰을 받을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1그룹인 DF1·2구역, 2그룹 중 DF3·4구역에서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가 복수 사업자로 정해진 만큼 양사가 그룹별로 각각 한 구역씩 낙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달 중 관세청 최종 심사가 남아있으나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중복 낙찰금지 조항에 따라 2그룹 중 남은 DF5구역은 사실상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과도한 임대료로 적자를 내지 않는 선에서 신라와 신세계가 공격적으로 베팅했지만, 롯데는 미니멈 개런티에 가까울 정도로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 3사의 희비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라와 신세계는 DF1~5구역 모두 응찰했는데, 신라는 DF1·2구역을, 신세계는 DF3~5구역에서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 DF1·2·5구역에 응찰한 롯데는 이들보다 20%가량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F5구역에선 현대보다 높은 가격에 입찰했으나, 사업 계획이 좋지 않아 복수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는 후문도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애초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입찰가를 제시한 것을 보면 기본적인 계산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객단가를 산출하는 데이터 자체를 잘못 파악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그동안 숱하게 입찰을 해 왔던 경험에 비춰 오류가 있을 수 없다”며 “현재 ‘따이공’ 매출이 30% 이르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우리가 낮은 수준으로 입찰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사에서 오버 슈팅을 한 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 결과로 향후 면세업계 1, 2위 사업자 순위가 뒤바뀌는 지각변동에 관한 예측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롯데는 현재 T2의 DF2(1407㎡) 구역에서 주류와 담배, 포장식품 등을 판매 중인데 6월 말 계약이 종료되면 올해 7월부터 10년간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신라는 종전보다 인천공항 면세 사업을 수 배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신라는 T2 DF1(2105㎡) 구역에서 향수와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DF1·3구역의 사업권을 가져오더라도 전체 운영 면적이 4배가량 늘어난다. 판매 품목도 기존 향수, 화장품은 물론 주류와 담배, 부티크 등 주요 면세 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롯데와 신라 양사의 매출 격차는 크지 않다. 글로벌 2위인 롯데가 49억4600만 유로, 3위인 신라가 39억6600만 유로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인천공항에서 빠지고 신라는 사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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