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죄 성립요건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아”
지역구 사무실 인턴 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에 채용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6일 국회의원으로서 중진공이 소속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이었던 피고인이 소속기관인 공단 이사장에게 직원 채용을 부탁, 채용되게 한 것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및 강요죄를 구성한다고 기소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제17‧18‧19‧20대 국회까지 4선 국회의원인 최 전 의원은 2013년 자신의 지역구(경북 경산)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황모 씨를 중진공에 채용하도록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의하면 황 씨는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면접전형까지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박 전 이사장과 최 전 의원의 독대 이후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최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의원이 박 전 이사장을 만나 황 씨 채용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 의원의 행위가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이 성립되는지는 의문”이라며 “제출된 증거만으로 범죄를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법원 또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일반적 직무 권한 속에 국회 산자위 소관 기관에 대한 채용 요구 권한이 포함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피고인의 직원 채용 요구는 지위와 신분을 활용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는 만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구성 요건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던 만큼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이 재차 상고하면서 사건은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지만, 대법원 역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의 점에 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 소관기관인 공공기관 직원채용 업무는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인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그 소관기관에 대해 직원 채용을 부탁한 행위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최경환 전 의원은 경북 경산 지역에서 17‧18‧19‧20대 국회의원을 내리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18년 1월 구속된 최 전 의원은 이듬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 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3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