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3만2661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2021년보다 7.7%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은 어제 ‘2022년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나 뛰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줄어 달러 기준 1인당 명목 GNI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GNI는 국제 비교를 위해 연평균 환율로 나눠 달러 기준으로 환산한다. 지난해 원화 기준 422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으나 고환율의 덫에 걸려 달러 기준으론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년 1144.4원에서 1292.2원으로 상승했다. 1인당 GNI는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개개인의 호주머니 사정이 얇아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3만 달러에 도달한 것은 2017년의 일이다. 지구촌의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소득 3만 달러 대열에 합류한 선진국은 2021년 기준 11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만큼 GNI 3만 달러 도달은 경사였다. 문제는 3만 달러 선에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엔 뒷걸음질까지 친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만에 대만에 뒤지게 됐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대만의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3565달러다.
GNI나 GDP는 국가 체력과 민간 소비 역량 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거기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니 예삿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전후로 ‘민간의 창의, 역동성과 활력 속에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지향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연금·노동·교육 개혁과 함께 불필요한 규제 대못을 뽑는 작업도 서두를 일이다. 민간 역동성을 가로막는 규제의 함정은 도처에 있다. 수십 년 묵은 수도권 규제부터 서비스 규제까지, 수많은 독소적 요소를 세심히 도려내야 한다.
개혁 성패는 국운을 좌우하는 경제자유도와 직결되게 마련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미국 헤리티지 재단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자유도는 75.4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이 자유도를 1%만 높여도 GNI는 눈에 띄게 증가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절실한 과제들을 등한시하면서 한눈을 파니 GNI가 뒷걸음질을 치고 대만에 덜미를 잡히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어제 나온 통계를 ‘다시 뛰라’는 신호로 여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