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일부 기업들이 올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비용 절감에 나설 전망이다. 고물가에 소비 위축으로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정 지출 비용을 줄여 실적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호텔신라 등이 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줄이는 안건을 다룬다.
이달 29일 주총을 여는 이마트는 7명의 이사에게 지급할 보수 한도를 종전 10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낮춘다.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된 이래 이사의 수와 보수 한도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주총에서 이를 낮추게 됐다.
신세계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 신세계도 23일 주총에서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보수 한도를 10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신세계는 2005년 정기 주총에서 이사의 수를 8명에서 7명으로, 보수 한도는 7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조정한 뒤 이를 유지해 왔다. 올해 주총에서 보수 한도 안건이 통과되면 18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24일 주총에서 이사의 수는 7명에서 6명으로 줄이는 반면 보수 한도는 11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깎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외형 성장에 따라 보수 한도를 지속해서 늘려 왔다. 2018년까지 35억 원이던 보수 한도가 별도기준 1조 원대 매출을 2년 연속 유지하며 안착한 2019년 50억 원으로 늘었고, 2020년 주총에선 100억 원, 2021년 110억 원으로 상향됐다.
호텔신라의 경우에는 신세계 그룹사들보다 보수 한도 변화가 잦은 편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148억 원을 유지하다 2016년 123억 원, 2017년 120억 원으로 낮췄다. 이듬해 130억 원으로 재차 올렸고 2020년에는 160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150억 원으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가 올해 주총에서 112억 원으로 다시 내릴 예정이다.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사의 보수 한도는 실제 지급되는 총액 대비 여유를 두고 잡아두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한 번 올려둔 한도를 굳이 낮추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럼에도 주요 기업들이 조정에 나선 것은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는 오해를 피하고, 실적 악화에 대비해 임원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긴축 경영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관련해 지난달 초 직급별 차등을 두지 않고 1인당 400만 원의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을 때에도 임원들은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불확실한 경영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의 보수 한도라는 것이 실제 지급되는 금액과 상당한 격차가 있으나, 거액의 보수 한도를 책정해 두고 있으면 이를 다 받는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외적으로 임원부터 불황의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