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전력구매계약(PPA) 전용 전기요금제(이하 PPA요금제) 개선요청 건의서를 산업부와 한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활용을 지원하는 PPA도입취지와 맞지 않고 계약변경이나 중단 등의 혼란이 빚어지면 PPA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의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RE100 참여기업과 협력사 321개사를 대상으로 PPA요금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28.3%가‘심각한 악영향’, 48.1%가‘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PPA요금제가 대다수 기업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PPA는 기업이 한전 운영의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조달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도입 된지는 아직 2년이 안됐다. PPA요금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를 체결한 기업들이 부족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을 경우 적용하는 요금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기본요금과 경부하요금은 크게 올리고 최대, 중간부하 요금은 낮춘 것이 특징이다.
‘심각한 악영향’으로 응답한 기업의 피해내용으로는‘PPA 전기요금 적용으로 손해가 발생한다’(86.5%)고 답했다. 손해 발생에 따른 대응으로는 ‘검토보류’(62.2%), ‘추진중단’(24.3%), ‘계약파기’(5.4%)순으로 조사돼 PPA요금제가 PPA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의는“PPA요금제로 인해 중견 제조업체의 경우 연간 10억 원의 비용증가가 예상되고 대기업의 경우 60억~100억 원 전기요금 상승이 예상된다”며 “통상 PPA계약이 20년 장기계약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2000억 원 안팎의 손해가 발생하고 이는 원가상승, 경쟁력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의는 건의서를 통해 PPA요금제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로는 PPA요금제는 재생에너지를 1%만 사용해도 나머지 99% 전력사용량 전체에 대해 적용돼 업계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른 발전량 변동이 커 재생에너지 사용기업은 한전으로부터 부족전력을 공급받는 게 불가피한데 사용비중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PPA요금제를 전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둘째로는 지난해 말(12월 30일) 전격적으로 신설돼 업계가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전환 프로젝트 변경, 중단 등의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한전에서도 고객 이해증진과 홍보 등을 이유로 시행시기를 당초 1월1일에서 4월1일로 3개월 유예했다.
셋째로는 PPA요금제는 적용기업 대다수에 부담을 증가시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는 기업의 PPA사업 추진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경부하 시간대 전력사용량이 많고 최대수요전력 기준으로 매기는 기본요금 부담이 높은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PPA요금제로 인한 타격이 크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수출주력산업 대부분이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업종임을 감안할 때 수출경쟁력의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도체업체 A사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공급망의 요구가 있어 비용부담에도 경영진을 설득해 PPA계약을 추진했는데 PPA요금제로 추진동력이 상실된 상태”라며 “예기치 않은 요금인상도 문제이지만 재생에너지사용, PPA제도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 더욱 아쉽다”고 토로했다.
상의는 PPA요금제를 철회하거나 PPA요금제 적용기준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에 따라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PPA 공급비율이 50% 미만일 경우는 PPA 요금제 적용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탄소중립 이행과 기후변화 대응이 요구되며 미국과 유럽은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다투어 친환경산업 지원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투자기업을 지원해줘야 할 때에 재생에너지를 선도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고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PPA요금제는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