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가성비 제품 찾는 소비자들

대용량·1+1·즉석조리 식품 수요 늘어

▲이마트 ‘더 리미티드’ 상품 모음. (사진제공=이마트)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가 지속하는 반면 지갑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이른바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대용량으로 싸게 구매해 쟁여둬 소비하고 1+1 제품을 선호하며, 외식 물가가 부담스러워 ‘집밥’에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매한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도 이러한 소비자 변화 추세를 따라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고물가 시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준비한 ‘더 리미티드’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 리미티드’는 이마트가 매 분기별로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선, 가공, 생활용품을 선정해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이는 상품이다.

이마트가 이달 3일 1차로 선보인 48개의 상품 중 15개의 상품이 최초 계획 수량 대비 50% 이상의 판매 진도율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더 리미티드 CJ 햇반 아산 맑은 쌀밥 10입 기획’은 6만2000여 개, ‘더 리미티드 훈제 삼겹살’은 4만3000여 팩, ‘롯데 빈츠 2입 기획’은 7만5000여 개가 팔렸다. 또 ‘바이오늘 더 프리미에르 캡형 100매 물티슈’와 ‘남양 클린우유 900㎖’, ‘직소싱 호두 700g’ 등은 각 15만 개, 11만7000개, 11만 개가 판매되며 2주 만에 10만 개가 넘는 판매 수량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앞서 연말연시에 진행한 ‘DAY1’ 행사 매출도 계획 대비 120%를 달성하며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작년 11월 쓱세일 때보다 물량을 두 배로 늘려 준비해 약 40% 할인해 판매한 삼겹살과 물량을 55%가량 늘려 평소보다 4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 이판란 등 신선식품이 인기를 끌어 전년 대비 매출이 약 20%가량 증가했다. 또 1+1 행사를 진행한 시리얼, 두부, 고추장·된장, 냉동 군만두, 냉동 돈까스 등 가공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28% 신장했고, 2개 구매 시 50% 할인 행사를 진행한 기저귀, 구강청결제, 청소 용품 등 생필품 매출도 계획 대비 132% 초과 달성했다.

▲고객이 서울 중구에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우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마트에선 고물가로 외식비 부담이 늘어나며 즉석조리 식품(델리카) 수요가 늘고 있다. 이달 19일까지 올해 델리카 누계 매출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특히 중식, 일식 등이 포함된 월드요리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0% 상승했다. 아울러 롯데마트가 2월 한 달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1등급 한우 국거리·불고기’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70% 신장했다.

이커머스에서는 대용량으로 싸게 구매 후 두고두고 쓰는 ‘쟁여두기’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대용량 제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1+1 제품은 16% 늘었다. 연령별로 20대 구매가 21% 늘며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세대에서보다 적극적으로 알뜰소비 해법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기를 끈 대용량 제품으로 △생수·탄산수(126%) △우유·두유(125%) △탄산·청량음료(51%) 등 커피·음료군과 필수 생필품인 생리대(39%)를 많이 찾았다. 1+1 제품 중에서는 안에 받쳐 입기 좋은 반소매 티셔츠(75%), 긴소매 티셔츠(67%)를 비롯해 하루에 수차례 옷을 갈아 입혀야 하는 유·아동 의류가 61%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지속하면서 어차피 쓸 제품 한 번에 많이 싸게 사는 소비가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실제로 식품, 생필품, 의류, 반려동물용품 등 대부분의 제품군에 걸쳐 대용량, 1+1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 가전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외식이 부담스러워 ‘집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간 전기오븐, 전기밥솥의 판매량이 직전 2주 대비 각각 97%, 28% 상승했다. 끼니를 간단하게 때울 때 필요한 전자레인지와 토스터도 판매량이 각각 73%, 80% 늘었다.

▲전자랜드 파워센터 용산본점에서 고객들이 전기오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전자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