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치킨 시장에서 bhc가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하며 1위에 올랐다. 2014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켜왔던 교촌치킨은 2위로 내려갔다. 교촌과 BBQ, bhc 등 3강 구도의 치킨 업계에서 bhc가 1위에 오른 건 bhc가 2013년 독자 경영에 나선 후 10년 만이다.
15일 본지 취재 결과 교촌에프앤비의 치킨 사업 지난해 별도기준 잠정 매출은 4989억 원으로 5000억 원에 조금 모자란다. 2021년 4935억 원보다 1.1%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이 회사는 맥주와 해외사업 등 전체 사업을 포괄하는 연결 매출로 전년 대비 2.0% 늘어난 5176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영업이익은 89억 원으로 직전년(410억 원)에 비해 78.2% 하락했다.
교촌에프엔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자재 값을 비롯해 인건비가 늘었고, 소비 위축에 따른 프로모션 강화에 광고 홍보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은 교촌에프앤비가 자체 집계한 잠정치로 외부감사인의 감사결과에 따라 수치가 변경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잠정 실적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교촌치킨은 8년 만에 선두 자리를 bhc에게 내주게 된다.
bhc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슈퍼두퍼 등을 영위하는 bhc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110억 원으로 사상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치킨 사업의 별도 매출은 5075억 원으로, 치킨 업계 최초로 연매출 5000억 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bhc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배달 시장이 엔데믹 시기였던 지난해에도 계속 성장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각종 모임이 늘면서 카페형 매장인 비어존을 찾는 고객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bhc 관계자는 “치킨 사업 잠정 매출 5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최종 확정되더라고 5000억 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송전 등으로 bh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BBQ의 지난해 매출은 약 3800억 원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bhc와의 매출 차이는 2021년에 1147억 원에서 지난해 1275억 원으로 늘었다.
bhc는 치킨 왕좌를 차지한 1등 공신으로 신제품 시장 안착과 가맹점과의 소통을 꼽는다. 뿌링클과 골드킹, 마쵸킹 등 3개의 스테디셀러 외에도 매년 2개 가량의 신제품을 출시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또한 삼성전자 출신 임금옥 대표를 앞세운 전문경영영인 체제로 효율성을 높였고, 전 매장 동일 퀄리티의 고객중심 경영에 집중했다.
가맹점과의 꾸준한 소통 전략도 한몫했다. 2019년 업계 최초로 고객과 가맹점주의 양방향 의견을 수렴하는 콜센터를 본사가 직접 운영해 품질관리에 주력했다. bhc 관계자는 “고객중심 경영이 소비자자들이 찾는 브랜다가 됐다”면서 “기본에 가장 충실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촌치킨은 1위 탈환에 나선다. 지난해 말 4년간 회사를 이끌던 소진세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창업주인 권원강 체제를 선언했다. 교촌은 그동안 창업주인 권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2018년 창업주의 6촌인 권순철 상무가 직원을 폭행한 영상이 공개되고, 증시 상장을 위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권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 전 회장을 영입한 바 있다.
지난해 bhc에 따라잡히며 1위 자리를 내준 교촌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회사를 재정비했다. 권 창업주가 3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고 신임대표로 보스턴컨설팅 출신의 윤진호 사장을 선임했다.
또한 조직 개편을 통해 전문성에 기반한 책임경영 강화를 골자로 사업부별 대표 직책의 전문경영인을 두는 ‘5개 부문 대표, 1연구원’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바꾸어 맨다는 의미의 ‘해현갱장’을 새로운 슬로건으로 정하고 새로운 도약을 추진한자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