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영입한 롯데지주의 초대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 배상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사진>가 롯데를 떠났다.
12일 롯데에 따르면 배 교수는 1월 말을 끝으로 디자인경영센터장을 사임했다. 2021년 9월 롯데에 영입된 지 1년 5개월여만이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1월 말 사임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 강단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배 교수는 27세의 나이에 동양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모교 교수가 됐다. 스마트디자인과 데스키를 거쳐 프레임29를 설립해 명성을 얻었으며 2005년부터는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해 왔다. 레드닷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 4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50차례 이상 수상하기도 했다.
배 교수 영입과 디자인경영센터 설립에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재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만남은 2021년 초 신 회장이 배 교수에게 먼저 연락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자리에서 배 교수는 롯데의 디자인에 대해 혹평했고, 롯데그룹의 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신 회장이 수차례 영입을 제안했다.
배 교수 영입을 전후로 롯데는 카이스트에 140억 원을 출연해 ‘롯데-KAIST R&D센터’, ‘롯데-KAIST 디자인센터’를 세우기로 하는 등 협력도 강화했다. 신 회장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의 초청을 받아 작년 2월 카이스트 대전 본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롯데는 배 교수 영입과 함께 설립한 디자인경영센터가 그룹의 전략적 자산으로, 통일된 디자인 철학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작년 1월 롯데 사장단회의(VCM)에서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Design-Driven Innovation)’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디자인조직 역량 강화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롯데의 디자인 경영 철학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룹사 디자인 담당자의 역량도 강화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디자인경영센터장에 취임하고 나서는 센터 인력을 충원하고 세븐일레븐, 엔제리너스 등의 디자인 혁신을 준비하는 등 그룹 전반의 디자인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5개 팀 3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그룹의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의 디자인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롯데GRS와 롯데리아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한 BI 변경 작업, 롯데제과 영등포 공장 재개발과 같은 중장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이다. 배 교수는 이런 작업의 밑그림을 그린 뒤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