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기회로 다져진 내실을 증명한 K제약·바이오가 엔데믹 시대에 접어든 올해는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6일 본지 취재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 제약사부터 대기업 바이오계열사에 이르기까지 외형과 수익성이 동반 성장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종근당은 매출액 1조4883억 원을 기록하면서 연속 매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2019년 1조 원을 처음 돌파한 종근당은 2020년 1조3030억 원, 2021년 1조3436억 원에 이어 2022년 10%대 확대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10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0% 늘었다. 이는 2020년(1240억 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3889억 원)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3년 만에 찾아온 독감 유행으로 ‘타미플루’의 처방이 급증한 덕분이다.
영업력에 기반을 둔 제품과 상품의 고른 성장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주요 품목은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주’,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 뇌혈관질환 치료제 ‘글리아티린’,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 고혈압 치료제 ‘텔미누보’ 등이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쓸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종근당의 2023년 매출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는 1조5674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존의 강력한 만성질환 포트폴리오에 신규 출시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주’, 약가 협상 중인 위염 치료제 천연물 신약 ‘지텍’ 등이 더해지면서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LG화학의 제약·바이오사업을 담당하는 생명과학사업본부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90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며 1조 원 고지에 다가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0억 원으로 9.0% 증가했다.
대표 품목은 성장호르몬 ‘유트로핀’과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로, 모두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유셉트’도 현지 시장 점유율 40%를 돌파한 캐시카우다. B형간염백신, 소아마비백신 등 기초백신 위주의 백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글로벌 사업 확대로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는 인수절차를 마무리한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파마슈티컬스의 매출이 가세한다. 연매출 목표치는 1조2000억 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베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2100억 원”이라며 “생명과학사업본부도 자체적으로 10% 가까이 성장해 1조 원대 매출을 올리고, 여기에 아베오가 더해지면서 1조2000억 원의 연매출을 달성하겠단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 원 돌파에 성공하며 이번 실적 시즌의 기분 좋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매출액 3조13억 원, 영업이익 9836억 원을 기록했으며, 별도기준으로도 매출 2조4373억 원, 영업이익 9681억 원을 실현했다.
올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을 전체 가동하면서 60만4000리터의 압도적인 위탁생산(CMO) 역량을 완성한다. 현재 26개 고객사와 34개 제품의 CMO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를 반영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예상 매출액을 3조3765억 원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