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30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한국이 군사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최종현학술원에서 ‘대한민국과 나토: 위험이 가중된 세계에서 파트너십 강화의 모색’ 주제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 “일부 나토 동맹은 교전 국가에 무기를 수출을 금지한 정책을 선회한 전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경제 지원을 했다는 점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한국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한국이 내려야 할 결정”이라면서도 “일부 나토 동맹은 교전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고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구체적으로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사례를 꼽았다. 그는 “이들이 정책을 바꾼 것은 그게 오늘날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가 이기며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조건을 형성할 유일한 방법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살상 무기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해왔고, 그러한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자유나 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연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에서 이기지 않는 것은 우리한테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러시아가 이기게 되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비극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한테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무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한 탈레반이나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한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나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가 핵무기를 소지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 핵 방어는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과 한국 간 구체적인 확장억제 방안에 대해서는 양자 간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전날에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 중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분의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세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믿는 국가들의 결속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방한과 관련해 북한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김동명이 전날 발표한 ‘나토 사무총장의 행각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부추기자는 것인가’라는 글을 게재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냉전의 불 구름을 몰아오는 대결 행각이자 전쟁의 전주곡”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