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가 완연하던 경기 광명시 청약시장에도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광명 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자이)가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국민 평형(전용면적 84㎡형)을 포함한 중·대형 평형 완판에 성공했다. 소형(전용 59㎡형)도 절반 이상 계약에 성공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특히 중·대형 물량은 전체 공급량의 14%(231가구)로 비중은 작지만, 실거주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평형인 만큼 지역 내 실수요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경기 광명시 철산동에 분양하는 철산자이 전용 114㎡형과 전용 84㎡형은 전날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정당계약에서 모든 가구가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15~18일 정당계약 진행 이후 남은 중·대형 평형 약 50가구가 모두 완판된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용 114㎡형은 예비번호 20번, 전용 84㎡형은 60번대에 계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평형인 전용 59㎡형도 개별 평형별로 절반가량 주인을 찾았다. 이날 GS건설이 공고한 철산자이 무순위 청약 공고 기준으로 전용 59A㎡형은 480가구, 전용 59C㎡형은 190가구가 잔여 가구로 집계됐다. 전용 59A㎡형은 총 947가구 분양에 467명이 계약해 계약률 49.3%로 나타났고, 전용 59C㎡형은 전체 449가구 모집에 259명이 계약해 57.7%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4가구를 분양한 전용 59B㎡형은 완판됐다.
철산자이는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진행해 전체 계약률 58.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청약 흥행 실패와 비교하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광명시 집값 내림세가 가파른 데다, 비(非)서울에서 분양해 지난해 12월 청약 당시 경쟁률 0.97대 1을 기록해 1순위 청약 미달이라는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완판된 중·대형 평형은 전체 평균 경쟁률이 2.36대 1로 저조했다. 하지만 중·대형 평형 완판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부동산 업계는 이날부터 진행되는 무순위 청약과 이후 진행할 전국 단위 무순위 청약 마무리하면 최종 80~90%대 계약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다.
철산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철산자이는 3804가구 대단지에다 7호선 철산역과 가까워 광명 내 재건축 단지 중에선 입지가 가장 좋은 단지”라며 “요즘 같은 청약 불경기에 중·대형 평형 완판에 소형도 절반가량 계약된 건 일대 실수요자들이 몰린 결과로 본다”고 했다.
분양 관계자 역시 “철산자이의 전국 단위 무순위 청약 진행 때는 무주택 조건과 거주지 제한 등 규제가 풀린 뒤일 것”이라며 “소형평형 투자수요까지 몰리면 계약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에서 분양한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정당 계약률은 37% 수준으로 낮았지만, 예비당첨자 계약과 전국 단위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며 계약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명시 전체로 보면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고, 광명 내 추가 단지도 줄줄이 대기 중이라 청약 낙관론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에 따르면, 광명시는 지난주(23일 기준) 0.74% 하락해 경기도 평균 하락률 –0.59%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또 올해 광명에는 총 1만5432가구(5개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철산자이는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자금 여력을 갖춘 무주택 실수요자가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금리 기조와 총부채원리금비율(DSR) 규제가 여전해 분양가격이 분양시장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광명 안에서도 단지별 청약 흥행 결과가 엇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