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 불황 초격차 기술로 뚫는다

입력 2023-01-25 15:30 수정 2023-01-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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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개월 만에 동작속도 경신…제품 네이밍도
삼성전자, 퀄컴ㆍAMD 등과 검증 마쳐 첨단 기술력 입증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SK하이닉스가 25일 세계 최고속 모바일 D램(LPDDR5T)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은 '반도체 혹한기'를 초격차 기술로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바일 D램은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을 넘어 전장,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더 빠르고(동작 속도), 전력 소비가 낮은 고성능 제품에 고객사들은 지갑을 연다.

SK하이닉스는 두달 만에 종전 LPDDR5X 대비 동작속도(9.6Gbps)를 13% 향상시켰다. 아예 새로운 제품명을 지어 세계 최고 동작속도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자신감도 내비쳤다.

LP(Low Power)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으로 전력 소모량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저전압 동작 특성을 갖고 있다. 최신 규격은 LPDDR 7세대(5X)로 1-2-3-4-4X-5-5X 순으로 개발됐다. LPDDR5T는 SK하이닉스가 8세대 LPDDR6 시리즈 출시 전 최초로 개발한 최신 성능 제품이라는 뜻을 담았다.

박명재 SK하이닉스 D램 설계 부사장은 회사 뉴스룸을 통해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 업의 본질인 기술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고성능 프리미엄 DRAM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군 개발을 이끌어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3D 형태의 메모리 반도체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 개발에 성공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정기인사에서 최연소(1980년생) 임원으로 발탁됐다.

1993년부터 31년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업계 최선단 12나노급(5세대 10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해 AMD와 호환성 검증을 마쳤다.

▲컴퓨터 회로판에 반도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컴퓨터 회로판에 반도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유전율(K)이 높은 신소재 적용으로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용량을 높이고 회로 특성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설계 등을 통해 업계 최선단의 공정을 완성했다. 멀티레이어 EUV(극자외선)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집적도로 개발됐다. 12나노급 D램은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으며 소비전력은 전작 대비 23% 줄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퀄컴 최신 플랫폼에서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기반 LPDDR5X D램 8GB 패키지의 동작속도를 검증했다. 지난해 3월 퀄컴과 협력해 7.5Gbps를 검증한 지 5개월 만에 8.5Gbps를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LPDDR5X D램에 메모리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간 통신 신호의 노이즈 영향을 최소화해주는 핵심 회로 설계 기술인 '고속 입출력 신호 개선 설계' 등을 적용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인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S(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8%, 69.00% 감소한 70조 원, 4조3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PDDR D램이 저전력·고성능 강점을 갖춘 만큼 최근 급성장하는 서버용 등 무한한 시장 확장성을 기대를 걸고 있다. 반도체 불황은 수요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인데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기준 이상의 '초격차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서버용 D램이 모바일 D램보다 단가가 높고 시장성장률이 더 좋다"면서 "스마트폰의 경우 성장 여력이 크지 않지만 서버용은 부가가치가 높아 반도체 업계가 관련 시장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D램 가격(PC향 범용제품 기준)은 2.21달러로 2021년 9월 고점(4.1달러) 대비 46.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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