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딘 제도 개선으로 실제 성과가 크지 않은 만큼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정부 규제혁신정책 추진 방향’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전반적인 규제혁신정책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6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규제혁신 목표설정이 잘 되었다(57.7%)’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규제혁신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표명(19.2%)’, ‘범정부적인 규제혁신 동참(11.5%)’을 꼽아 정권 초반 전방위적인 규제혁신 분위기 조성과 정책의 방향 설정이 잘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규제혁신 체감도 낮음(45.5%)’, ‘더딘 추진속도(27.3%)’, ‘정책 구체성 부족(18.2%)’ 등이 꼽혔다. 규제심판제도, 규제혁신추진단 등 현 정부에서 신설된 규제혁신 추진제도가 눈에 띄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현재까지 규제혁신의 성과에 대해 전문가의 42%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권 초기임을 이유로 아직 성과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단 보류’ 의견이 32%, ‘부정적’이라는 평가는 2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급한 규제개선이 필요한 분야로는 갈등규제(26.0%)를 꼽았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비대면 진료, 공유경제와 같이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규제개선이 쉽지 않지만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어 규제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업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산업규제(21.9%), 여러 부처의 규제가 얽혀있는 덩어리 규제(15.8%),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인허가 등 기업투자 관련 규제(13.0%) 등을 꼽았다.
최무현 상지대학교 교수는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데 규제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규제혁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정부 핵심 아젠다 설정 △이해관계자 갈등조정시스템 마련 △민관협력 강화 △규제혁신추진체계 정비 △공무원 행태개선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핵심 규제혁신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제혁신체계와 과제를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별 기업 건의에 기반한 규제혁신과제 발굴 방식은 현장 애로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전방위적인 규제환경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산업과 신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하더라도 경제 발전을 위해 개선 필요성이 큰 과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갈등조정시스템을 가동해 조정·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전 부처에 걸친 전방위적 규제혁신 의지를 보여준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신속한 개선을 바라는 민간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올해 정부가 규제혁신을 통한 기업투자지원 등 지속적인 규제혁신 계획을 밝힌 만큼 제도개선에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