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에너지ㆍ헬스케어 분야 순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근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부터 전 산업계 곳곳에 변화와 혁신이 스며들고 있어 기업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뒤처져야만 하는 가혹한 기로 앞에 서 있다. 기업의 디지털화는 코로나 이후 더욱 속도를 높이는 추세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SW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SW융합 활동이 활발한 18개 업종 중 종사자 수 10인 이상인 3019개 기업체를 분석한 결과 41.2%(1243개 기업)가 디지털 전환을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2년 이내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 이후 97%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체감하고 있으며, 그중 68%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또 기술 분야 기업(78%)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가장 빠르고, 에너지(77%), 헬스케어(74%) 순으로 속도가 빨랐다.
아마존, 데이터 기반 물류 선순환
업계에서는 올해가 △철강 △석화 △기계 △가전 △조선 △자동차 △바이오 △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글로벌 선도기업에서는 빠른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는 제트엔진 노즐 제조 공정 등에 3D 프린팅을 도입해 조립공정을 단순화하고 생산비용을 절감시켰고, 생산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테슬라는 자율주행 통합 OS(운영체제)기반으로 차량 성능을 원격 통합·관리하는 등 제품 지능화를 주도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제조기업인 티센크루프는 엘리베이터 고장 수리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지원을 통해 유지보수 시간을 단축하는 서비스 고도화 사례를 창출해내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배송, 구매패턴 등 데이터를 분석해 배송하고, 고객 경험을 다시 성능·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에 신산업·비즈니스모델 융·복합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 스마트 조선소 구축 박차
국내에서도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1위 철강기업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철강 산업이 가지는 전통적 제조사업 방식과 기후변화 대응, 고령화에 따른 숙련 조업자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경쟁력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했다. 포스코는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철강 업계 최초로 ‘등대공장’에 선정돼 디지털 전환의 성공사례로 뽑혔다.
노동집약적 특성을 가진 조선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기술을 적용한 선박 개발과 선박 제조 현장인 조선소와 주요 항만 등에서도 디지털 기술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 맏형인 HD현대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향후 50년의 핵심동력은 ‘AI(인공지능) 기술’이라며 투자,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실시간으로 연결해 작업 관리를 효율화하는 프로젝트로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되는데, 올해는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완료하기로 했다. 디지털 지도 위 선박의 건조 현황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크레인과 지게차 등 동력 장비까지 모니터링하는 가상 조선소인 ‘트윈 FOS’도 올해 고도화한다.
한국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정유업계에서도 디지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유업계는 공장 내 디지털화를 통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부 설비 등의 점검 및 안전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CLX)는 약 1000만 건 이상의 설비 관리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했다. 차세대 설비 관리 시스템인 오션-허브는 울산CLX 생산 현장 구성원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80% 이상 데이터가 정제·구축됐다.
재계 관계자는 "4차산업 혁명부터 나오기 시작한 디지털전환은 수면 위로 오른 지도 6~7년이나 됐고, 코로나 시기가 디지털 전환으로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이 있었다"며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전환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