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의 계묘년 새해 경영 키워드는 ‘위기극복’이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는 등 경영난을 가중하는 요인들이 첩첩이 쌓이면서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긴축, 금융리스크 강화 등 파고 넘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소기업의 평균 대출금리는 5.93%로 6%에 육박한다. 한 달 만에 0.44% 포인트(p) 급등했다. 2012년 2월(5.94%) 이후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초 1월 대출금리(3.52%)와의 격차는 2%p를 넘는다.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기업의 금융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행이 올해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고금리 리스크는 더 심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고물가와 저성장 등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점도 기업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이달 업황전망경기전망지수(SBHI)를 77.7로 예상했다. 전월 대비 4.0p 하락한 수치다. 지난 8월(78.5) 이후 5개월 만에 80p 아래로 떨어졌다. SBHI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41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3.2%)이 지난해 경영환경을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응답 기업의 10곳 중 6곳이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26.3%였다. 개선될 것으로 낙관한 기업은 12%에 그쳤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의 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한국경제가 1%대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위기극복’을 중소기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금석위개(정성이 쇠와 금을 뚫는다는 뜻)’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 경제 한파 속에서 중소기업계가 자칫 중심을 잃고 나아갈 방향을 잃을 수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과 중소기업 역동성 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3고(3高, 고금리ㆍ고환율ㆍ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가절감 및 긴축’ 등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와 ‘신규판로 확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다만 30인 미만의 업체들은 8시간 연장근로제가 효력을 잃은 만큼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1년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30인 미만 기업은 주 52시간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근로자의 진정이나 고소ㆍ고발이 있을 때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은 여전해 중소기업계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올해 경영안정과 성장을 위해 ‘금융비용 부담 완화’(68.8%)를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고 있다. ‘판로 및 수출지원 확대’(33.2%) '규제개선'(32.7%) 역시 포함됐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당분간 복합경제 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중소기업 경영안정과 성장을 위한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금융비용 부담완화가 꼽힌 만큼, 저금리 대출 전환 등 부채 연착륙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