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칭 ‘빌라왕’을 비롯해 전세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데도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필수 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금 변제를 장기간 내버려 둔 ‘나쁜 임대인’ 인적 사항을 공개하도록 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증금 미반환으로 HUG가 공사 기금으로 보증채무를 이행했거나 임대인이 과거 3년간 보증금 미반환으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보전조치 등을 2회 이상 받으면 해당 임대인 명단을 공개해 임차인이 인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은 1년3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현재는 개인 자산 및 신용정보 보호법으로 인해 이런 악덕 임대인의 명단을 임의로 공개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맺을 때 상습적인 전세 사기 임대인인지 아닌지와 임대인의 보증금 변제 여력을 인식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는 발의한 지 1년 뒤인 올해 9월 1차 심의를 했으나 추가 검토를 이유로 11월 소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해당 안건은 심의 대상에서 빠졌다.
국토교통부와 HUG는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 사고를 낸 임대인을 사전에 파악해 빌라왕 사건 같은 전세 사기 피해를 줄이려면 이 법이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국회 공전으로 애태우고 있다.
HUG 관계자는 “나쁜 임대인 명단 공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가장 필요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며 “상습적으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면 빌라왕 같은 대규모 전세 사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