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은행권 가계대출 18년 만에 감소 유력

입력 2022-12-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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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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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감소가 유력한 모습이다. 올 한 해 금리가 치솟은데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관련 시장이 무너지면서 이자 부담을 우려한 차주들로 인해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자 은행들에게 내년 가계대출 관리 목표조차 요구하지 않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5일 기준 693조6469억 원으로, 작년 말(709조529억 원)보다 15조4060억 원 줄었다.

신용대출이 18조2068억 원(139조5572억 원→121조3504억 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은 지난해 말 505조4046억 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511조7610억 원으로 6조3564억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월별 통계에서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기준 902조6670억 원으로, 작년 12월(910조1049억 원)보다 7조4379억 원 줄었다. 이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가 집계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율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가계대출 증가율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3조2000억 원 감소하는 등 전년 동월 대비로도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감소하는 등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둔화추세가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11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3조 원 줄었고,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도 작년보다 2조3000억 원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로 인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빚을 내서 부동산이나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던 이들도 관련 시장이 무너지면서 이자상환 부담이 큰 가계대출부터 갚고 나섰다.

가계대출과 달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늘어나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635조8879억 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709조5834억 원으로, 73조6505억 원 늘었다.

정부는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하자 당분간 이런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주요 은행에 12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내라'는 주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자 매년 12월 초께 은행들에게 다음 해 가계대출 증가액과 증가율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구체적 수치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은행의 목표 계획서에 따라 금융당국은 목표 조정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가계대출이 줄면서 정부도 사실상 대출 총량 관리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금리 추이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감소는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도 있지만, 1·2금융권과 대부업계의 가계대출 장벽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며 "가계대출 감소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취약계층의 생계형 대출마저 어려워지는 점은 개선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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