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무역수지 개선 효과…달러화 약세,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최근 유가와 달러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증시 회복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는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을 괴롭혔던 각종 불확실성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1307.2원에 거래를 마치며 1300원 초반대 흐름을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일(현지시간) 7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 주간 11.20% 하락했다.
유가와 달러화 가치 동반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경기침체 우려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리스크가 유가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또 경기 침체 우려 확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와 달러화 동반 약세 현상이 경기침체 우려에서 비롯된 만큼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 증시를 억눌렀던 대외 악재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선 호재로 분류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유가와 달러화 가치 동반 하락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의 4대 악재라고 볼 수 있는 고유가, 중국 리스크, IT 업황 부진, 국내 신용리스크 가운데, 유가와 중국 리스크 완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과 위안화 약세를 동반한 킹달러 현상에서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가와 달러화 동반 약세 국면에서 국내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여지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은 ‘물가 압력 둔화 =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을 높이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물가 압력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펀더멘탈 개선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경제와 같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가져와 경기 하방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달러화 약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 국면에 이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외환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강세 현상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와 중국 리스크 완화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유가와 달러화 약세 현상에 대한 섣부른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유 시장의 공급차질 우려는 여전하다”며 “11월 OPEC 플러스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70만 배럴 감산했는데, 이는 4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 이후 가장 큰 감산 폭이다. 다가오는 겨울철 날씨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도 높다”라고 경고했다.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 혹은 과도기에 그칠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 재차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킹달러 현상이 재차 부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