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 갚는 기업 18곳…전년 比 5곳↑
100대 기업 3분기 영업이익 24.7% 감소
“규제 완화 등 과제가 빠르게 추진돼야”
국내 매출 100대 기업 5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1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을 발표했다.
경총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 배율 1 미만’ 기업은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18개로, 지난해 13개보다 5개 늘어났다. 이 중 ‘이자보상 배율 0 미만’ 기업(영업적자)은 13개로, 이 역시 지난해 11곳보다 증가했다.
이는 영업이익 감소와 더불어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이자 비용이 급증하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계 이자 비용은 5조32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4조5446억 원 대비 17.2% 늘었다.
보고서는 기준금리의 빠른 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대, 자금시장 경색 등의 영향으로 향후 기업들의 이자 부담 가중뿐만 아니라 투자 확대 및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한 자금조달에도 애로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100대 기업의 전반적인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100대 기업의 3분기 매출액은 18.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7% 줄어들었다. 상반기(1~6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3% 늘어났던 영업이익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3분기 누계 기준으로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1.9%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가 지속된 기업이 46개로, 100대 기업의 절반 정도가 영업실적 부진을 겪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조선업(-1791.9%), 화학업(-81.9%), 섬유업(-52.8%) 등 7개 업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가스업(732.5%), 자동차업(507.7%) 등 8개 업종에서는 전년 대비 영업익이 늘었다.
고환율, 고금리, 높은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0대 기업의 올 3분기 누계 원재료비, 인건비 지출도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났다.
100대 기업 중 올 3분기 원재료비 항목을 공시한 72개 기업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18.0% 늘었으나 원재료비 총액은 31.3% 증가했다. 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5.4% 감소해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보다 더 크게 줄었다.
3분기 누계 인건비를 공시한 97개 기업의 인건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인건비는 13.1%, 고용인원은 1.6% 늘어나 인건비 상승이 고용 증가보다 임금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3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등 기업실적의 피크아웃(peak-out)에 대한 우려가 이미 현실화됐고, 4분기에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 나빠졌을 우려가 있다”며 “내년에도 1%대 낮은 성장세와 고물가, 높은 임금 상승 같은 아킬레스건들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침체 위기에 있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 완화·세제 개선·노동 개혁 같은 과제들이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