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남아있는 4개 국가의 심사결과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양사 합병은 대한항공의 의지에 달린 만큼 남아 있는 다른 국가 심사도 무난히 승인받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영국 CMA가 제기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에 설득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CMA는 앞서 한국과 영국 런던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곳밖에 없어 합병할 경우 영국 런던 노선을 한 항공사가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유예 결정을 내렸었다. 동시에 이달 21일까지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것을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가 인천~런던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 시장 경쟁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CMA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CMA는 앞으로 시장 의견을 수렴한 뒤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영국 CMA가 시정조치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승인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영국의 최종 심사를 통과하면 양사 합병은 미국과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4개국만 기다리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합병에 있어서 중요한 기로였다는 시각이다. 영국은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필수 신고국'이 아니었던만큼, 영국의 승인을 받아내는 것이 대한항공이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가 '있고, 없는지'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 영국이 심사를 유예했을 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특히 미국도 심사 기간을 더 연장하면서 인수가 지연되고 있고, 갈수록 부채비율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떠안기가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약 2년 동안 합병을 추진하면서 처음처럼 합병에 대한 의지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미 아시아나항공 노조 쪽에서는 대한항공이 합병 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항공업이 아닌 일반 다른 기업들이 꾸준히 언급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영국 심사결과는 아직 최종결정이 아니지만 이미 승인이 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아직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한항공이 이번 영국 심사과정에서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고, 합병 승인을 위해 노력한 만큼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에 앞으로 남아 있는 4개 국가 심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등 경영진이 연내 합병을 마무리하겠다고 한 계획은 미국 심사가 연장되면서 합병 결과 여부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