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손해 보고 집 내놔도 살 사람 없어
LTV 80%로 올려도 이자 부담에 '내 집 마련' 포기
#. 20대 후반의 직장인 A 씨는 2년 전 한창 집값이 오르는 기미가 보이자 은행에서 최대한도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뒤 전세를 내줬다. 당시만 해도 저금리 기조로 은행에서 2%대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는 영끌로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금리가 치솟으면서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올해 금리가 5%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두 배 이상 커졌다. 게다가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이사를 하겠다고 한다. 당장 전세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니 최근 전세 시세가 현저히 낮아져 고민이다. 세입자에 내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저금리 당시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투자)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던 2030세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영끌을 통해 전통적인 재테크로 꼽히는 부동산에 투자했던 MZ세대들이 고금리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부동산 시장에 매매절벽이 장기화되면서 집값은 꾸준히 하락하고, 영끌을 통해 집을 샀던 2030세대는 손해를 보고 집을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4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3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주택매매거래 비중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30대 이하의 주택매매거래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5.7%, 올해 1분기 25.3%, 2분기 24.3%, 3분기 22.8%로 추락했다.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연령별로 가장 높은 거래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3분기엔 60대 이상 주택매매거래 비중이 23.6%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22.9%로 뒤를 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자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2030세대의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올해 8월부터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한해 주담대비율(LTV)을 80%까지 늘려주고 대출한도도 4억 원에서 6억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빚을 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영끌족도 사라지고 있다.
MZ세대 영끌족이 내년에도 부실 차주로 변해 빚더미에 앉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영향으로 변동형 주담대를 이용해 수억 원씩 대출을 받아 집을 산 MZ세대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하면서 대출을 많이 받은 '영끌족'을 포함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며 "빚더미에 앉은 영끌족으로 인한 리스크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