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수입한 철을 생산해 납품하는 A기업은 관련 매출만 약 1400억 원 정도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10%만 올라도 매출이 1500억 원 넘게 뛴다. 물가가 급등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기업의 성장과 관계없이 매출만 뛰어 자칫 준비도 없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중소ㆍ중견기업을 가르는 400억~1500억 원의 매출기준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과 최근의 인플레이션 등이 중소기업의 매출을 밀어올려 등 떠밀 듯 중견기업 편입을 부채질 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중소ㆍ중견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 업계를 가르는 기준선은 업종에 따라 3년간 평균 연매출 400억~1500억 원이다. 숙박음식ㆍ부동산 등의 업종이 400억 원 상한선으로 가장 낮고, 음료ㆍ인쇄ㆍ운수업종이 800억 원, 금속ㆍ전기장비업종 등이 1500억 원 선으로 가장 높다. 이 기준은 박근혜 정부가 중견기업의 양적확대를 위해 지난 2013년 개편됐다.
그러나 A기업처럼 높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 장기화 등으로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매출기준을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견기업 중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기업은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2020년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중견은 총 271개사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23개, 2017년 40개, 2018면 89개, 2019년 50개사, 2020년 69개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0개나 많은 기업이 피터팬증후군,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포기하고 중소기업 지위를 얻었다.
회귀를 검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실시한 중견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수혜를 위해 중소기업 회귀를 검토한 기업은 2018년과 2019년 비중(5.1%)보다 늘어난 6.6%였다.
중견기업연구원이 2020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 졸업 시 지원이 배제되거나 축소되는 제도는 260개에 달한다. 기업부설연구소 설치·운영 관련 보조금 지원, 신ㆍ재생에너지 설비인증 수수료 지원 등 R&Dㆍ기술 분야 50개를 비롯해 △이공계 인력채용지원, 청년 미취업자 고용 지원 등 고용ㆍ금융 분야 43개 △취업자 소득세 감면, 기업부설연구소 취득세ㆍ재산세 감면 등 세제 분야 86개 △개발부담금 감면, 화학물질관리 지원 등 81개 등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매출 문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분명 있다”며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이 짧아 중견기업으로 안착하기 어려운데다, 지원이 미흡하고, 중견기업특별법이 여전히 한시법이라는 점 등이 중견기업 진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업 쪼개기 등으로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