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만한 韓 블록체인 기업 없다"…코인시장 못 따라가는 기술력

입력 2022-1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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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블록체인 특허 출원 484건, 전년 比 반토막…2019년 比 3분의 1
66% 차지 '핀테크' 분야 급감…가상자산, NFTㆍ보안 등 미래산업 직결
中 대규모 투자, 기술력↑…韓 블록체인 예산, 과기부 전체 0.06% 수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던 블록체인 관련 특허출원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NFT(대체불가능 토큰), 인증 보안, 저작권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미래 산업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16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특허기술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484건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났다. 정점을 찍었던 2018년, 2019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2018년 1270건, 2019년 1249건에 달했던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2020년 825건으로 2021년 484건으로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특허청이 분류한 블록체인 특허 기술 분야는 △핀테크(지급결제, 송금, 펀딩) △플랫폼 응용(게임, 콘텐츠 서비스, 광고, 전자투표) △전자상거래 △공공서비스 △이력 관리(농축수산물, 차량, 물류 유통관리) △자산관리(저작권 보호, 자산 거래)로, 이들 분야 모두 특허 출원량이 줄었다. 특히 전체 특허 중 65.5%를 차지하는 핀테크 분야는 2018년 942건에서 2019년 767건, 2020년 441건, 2021년 227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국내에서 지난 5년간 특허 출원 건수가 지속해서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7년 15만 9031건이었던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2018년 16만 2561건 △2019년 17만 1603건 △2020년 18만 477건 △2021년 18만 624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대가 높아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기술이 확대되던 2010년도를 지나, 현재는 기술의 ‘하이프 커브’에서 성숙되기 전 실망의 골짜기에 있는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술의 하이프 커브는 기술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주기다.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자문회사 가트너에서 개발했다. 하이프 커브에 따르면 기술의 발전 주기는 크게 ‘촉발기’(Technology Trigger)→‘기대 정점기’(Peak of Inflated Expectations)→‘실망의 골짜기’(Trough of Disillusionment)→‘계몽기’(Slope of Enlightenment)→‘안정기’(Plateau of Productivity)로 진행된다.

기술이 처음 촉발돼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기대의 정점에 이른다. 이후 상용화된 제품도 없고 가치도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실패 사례를 양산하며 실망의 골짜기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 골짜기를 지나면 기술이 안정기에 접어들며 꾸준히 성장한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장)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기업 활동도 영향을 받고, 학교에서 코로나로 인해 연구실이 폐쇄되거나 하면서 연구력이 많이 위축된 경우가 많았던 터라 특허 출원 건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은 성장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은 가파르다. 글로벌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블록체인 분야 특허 출원 건수의 84%를 중국이 차지했다. 특허 전문 분석기업 해리티&해리티에 따르면 중국의 블록체인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전체 3만 4562건으로 미국의 8759건을 크게 앞선다.

박수용 교수는 “중국은 가상자산 채굴이나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도 블록체인 기술 산업 진흥 관련 예산을 R&D 지원(213억 원)과 비(非) R&D 분야(358억 원)를 합해 5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렸다. 다만 내년도 과기부 전체 R&D 예산 30조7000억 원의 0.06 % 수준이다. 또 가상자산은 소관부처가 금융위원회로 결정되면서 거래소 등에 대한 기술 지원은 제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R&D 사업과 별도로 블록체인을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발굴 사업과 기술검증(PoC)사업, 지역별 기술혁신센터 인프라 사업 등이 블록체인 활용 기반 조성 사업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면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블록체인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데이터 보안 관련 개발에 총 5년간 약 900억 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토큰2049'에서 한 싱가포르 VC를 만났었는데, '한국에는 투자할 만 한 블록체인 기술기업이 너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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