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등 5개 기업 8.5조 그린수소 공장 투자
"비공개 입찰, 정부ㆍ기업 원팀 물밑 작업 중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시티’가 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이달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비공개로 진행 중인 거대한 세계 인프라 수주전에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네옴시티는 2030년까지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입해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서울 면적 44배)에 첨단 스마트도시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석유에 의존해 온 사우디 경제를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네옴시티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현재 대규모 인프라 공사 입찰이 진행 중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가 완공되는 2030년에 150만~2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기업들도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 라인의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한국전력 등 국내 주요 건설‧에너지 기업들은 힘을 합쳐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삼성물산, 포스코,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8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를 푼다.
이들 5개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네옴시티에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공장 건설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삼성물산 등 5개사는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한다. 2025년 착공해 2029년 완공되면 연간 120만 톤(t)의 그린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하게 된다.
인프라 건설과 함께 네옴시티에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많다.
인공지능(AI), 5G‧6G,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함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기·수소차, 자율주행 등에서 강점을 지닌 현대자동차가 적극성을 띠고 있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확대하는 SK,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는 한화도 네옴시티를 눈여겨보고 있다.
재계 총수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은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그룹 총수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2019년 방한했을 당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 모여 네옴시티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었다. 이 회장은 같은 해 9월 사우디 출장길에 빈 살만 왕세자와 다시 만나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여러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재계 총수들은 3년 만에 방한하는 빈 살만 왕세자와 네옴시티 프로젝트 협력 방안에 관한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제2의 중동 붐’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지원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가 간 경쟁인 수주전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의 팀워크(원팀)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