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모나미펜으로 그린 NFT?…‘필기구 브랜드’ 벗어 던진 新패러다임 전시

입력 2022-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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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닉플레이스, 롯데월드타워 갤러리서 성낙진 작가 전시
작품 구매 시 소유권 및 정보 담은 NFT 발행…“동심 표현한 작업”
필기구 이미지 탈피 위한 패러다임 확장…다양한 협업 시도 예정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본지 기자가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가 협업한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본지 기자가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가 협업한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대한민국의 우리는 모나미 볼펜과 함께 시절을 보냈다. 모나미를 통해 어린 시절, 지금, 그리고 미래를 펼쳐본다.”

모나미 153 볼펜으로 애니메이션 별나라 손오공 속 ‘스타징가’를 그렸던 아이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돼 30여 년 만에 다시 펜을 들었다. 볼펜과 수채물감 그리고 크레파스까지 미술 교육의 시작을 알리는 원초적인 도구를 통해 작가는 비정형의 선을 캔버스에 긋기 시작했다. 어릴 적을 추억하며 그린 작품 8점은 회화작품과 NFT(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 토큰)로 구현됐다.

11일 방문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선 모나미 제품으로만 작품을 완성한 성낙진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선 정교하지도 짜여있지도 않은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작품들이 전시됐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붓 터치로 묘사된 인물이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완성된 작품 사이에선 과정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모나미 제품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 협업 전시에서 모나미 제품이 수북이 쌓여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 협업 전시에서 모나미 제품이 수북이 쌓여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미술품 NFT 거래 플랫폼 닉플레이스 갤러리의 전속 작가인 성낙진 작가는 현대 남성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는 이번 모나미와의 협업 전시에서 딸을 그림 그리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딸의 모습에서 본인의 어린 시절 순수한 즐거움을 끄집어냈다. 순수한 즐거움에 대한 표현과 함께, 그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만들어냈다.

모나미 제품으로 표현된 작가의 어린 시절 흔적은 NFT를 통해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오정원 닉플레이스 콘텐츠사업부 매니저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서 직접 작품을 구매하면 작품의 소유권과 이미지, 정보를 담은 NFT 보증서를 발급한다”며 “별도 QR코드를 스캔하면 고객의 전자지갑으로 NFT 보증서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작가와 모나미의 협업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오정원 닉플레이스 콘텐츠사업부 매니저가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가 협업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오정원 닉플레이스 콘텐츠사업부 매니저가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가 협업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성낙진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볼펜, 프러스펜, 매직 등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어떨까,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흥미가 생겼다”며 “이 재료들이 저에겐 주로 어린 시절에 사용했던 재료들이어서, 동심을 표현하는 작업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붙고 나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성 작가는 “사실 모든 재료가 다 사용해본 재료들이라, 큰 화면에 작업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을 만큼, 너무나 익숙한 재료들이었다”면서도 “모나미의 수채화 물감은 채색 자체로는 재미가 있을 만큼 좋았고, 볼펜 같은 것으로 오랜 시간 그려보지 않아서 새로웠다”고 협업 소감을 전했다.

모나미가 일러스트레이터와 첫 전시를 열게 된 배경은 기존 필기구 브랜드라는 이미지 탈피다. 최근 모나미는 필기구였던 제품을 ‘표현하는 도구’로 재정의하며 패러다임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주 고객층인 학령인구가 줄어들자, 펜의 다양한 용도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관람객이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가 협업한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닉플레이스 갤러리에서 관람객이 성낙진 작가와 모나미가 협업한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모나미는 뻔한 문구점이 아닌 체험형 매장인 ‘모나미 스토어’를 선보였고, 공식 유튜브 채널과 오프라인 클래스 운영하며 펜의 다양한 용도를 제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릴 수 있는 주체적인 대상인 작가에게도 집중했다. 성낙진 작가 외에도 1세대 미디어 아티스트인 설은아 작가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 작가와 손잡고 공간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모나미 관계자는 “드로잉 및 회화 제품을 활용해 작품을 그리고 전시를 함으로써 필기구 브랜드에서 드로잉으로의 패러다임으로 브랜드 이미지 확장할 수 있다”며 “NFT라는 신기술을 적용해 브랜드의 고착된 이미지 탈피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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