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높은 물가와 부진한 수출 등을 언급하며 6개월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6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나 회복세 약화 등에 대한 우려에서 더 나아가 전반적인 경기가 꺾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수출회복세 약화'에서 '수출 부진'으로 수출 진단이 더 어두워졌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0월 수출이 상당 기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이 됐고, 당분간 플러스(+) 전환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 자체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데, 그 부분이 좋지 않고 글로벌 경기둔화, 특히 미국발 주요국의 금리인상, 통화긴축 가속화 영향으로 전반적인 세계경기라든지 교역량 자체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부분의 영향을 감안해 (6월부터)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썼고, 그 모습은 계속 현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0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로, 2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고, 무역수지는 6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7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기재부는 " 10월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확대 등을 감안하면 9월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6억1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9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줄면서 3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생산에서는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1.8%)과 서비스업 생산(-0.3%) 등이 모두 줄었다. 광공업 생산에서는 통신·방송장비(20.5%), 의료정밀광학(8.3%), 의약품(3.8%) 등이 증가했지만, 1차 금속(-15.7%), 반도체(-4.5%), 자동차(-3.5%) 등이 감소했다.
지난 10월 전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실적)는 76으로, 9월(78)보다 2포인트(p) 내려가는 등 기업 체감 경기도 나빠졌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집계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11월 전산업 BSI 전망도 76으로, 전월 대비 3p 떨어졌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전월보다 2.6p 하락했다.
내수의 경우, 고용과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10월 중 취업자는 284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67만7000명 증가했으며, 15세 이상 고용률은 1년 전보다 1.3%p 상승한 62.7%로 나타났다.
대외 경제와 관련해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러-우크라 전쟁 및 중국 봉쇄조치 영향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및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플러스(+)로 전환하고 취업자 수의 증가 흐름도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되고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졌다. 중국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이 감소 전환하고 소비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폭은 크게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