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한파ㆍ경쟁사 추격에 입지 ‘흔들’
‘절박한 심정’으로 초격차 기술 투자 확대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핵심 동력은 기술과 인재다. 이 회장이 기술·인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만큼 회장 취임을 계기로 초격차 기술과 인재 확보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27일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술 중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9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회의에서 이 회장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6월 화성 반도체연구소 간담회에선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했다. 또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올해 8월 복권된 후 더욱 활발한 ‘기술 중시 경영 행보’를 펼쳐왔다. 또 삼성의 ‘인재 제일’ 경영철학도 대내외에 알렸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라고 당부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 참석해 “맨주먹이었던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기술 인재 덕분”이라며 “삼성은 앞으로 기능올림픽에서 젊은 사람들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이 기술 투자와 인재 확보를 재차 강조하는 데는 삼성전자의 절박한 상황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5조12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10조700억 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특히 메모리 사업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 또한 뺏긴 상황이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3분기 매출액은 약 27조5000억 원인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반도체 매출은 23조200억 원이었다.
이런 엄중한 시장 환경에서 이재용 회장이 내놓은 해답은 기술과 인재다. 올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확대한 것도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에 약 54조 원(DS 47조7000억 원, SDC 3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과 2020년 시설투자액은 각각 약 48조 원, 38조 원 규모였다. 평택 3, 4기 인프라와 중장기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EUV(극자외선) 등 중장기적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단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반도체 개발과 양산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8세대 V낸드 기반 1Tb TLC 제품을 양산하고 △5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2023년) △9세대 V낸드 양산(2024년) △자동차 메모리 반도체 1위 달성(2025년) △1000단 V낸드 개발(2030년) 등에 나선다.
이 밖에도 3일(현지시간) 파운드리 포럼 열고 선단 파운드리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적층 기술 개발계획도 밝혔다.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다.
쉘 퍼스트 라인도 운영해 시장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등 2027년까지 선단 공정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