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최종 기준금리를 3.5% 수준으로 전망한 것과 관련해 "3.5% 플러스(+)라고 생각하는 금통위원이 있고 밑으로 보는 금통위원도 있다"며 "그 정도의 융통성은 금통위원들에 허용해줘야 한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획재정부 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종 기준금리로 3.5%라는 수치를 제시한 게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아무 얘기를 안 하면 (금리 인상) 수준을 짐작할 수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11월에는 불확실성이 커서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인상 기조는 계속되지만 얼마 오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금리는 3.5% 수준에서 낮거나 높게 보는 분이 있는데 다 전제 조건이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갑자기 9월처럼 (금리를) 확 올린다거나 유가가 뛰는 상황 등이 오면 바뀔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특정 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많은데 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금통위에서 이렇게 생각한다는 사인을 미리 주는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금통위 생각에 현재 물가 수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어떻게 할지에 대한 판단하에서 3.5%를 밑돌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해선 '10월 정점론'을 언급했다. 그는 "유가가 90달러 선에서 안정적이고, 환율도 크게 절하되지 않고, 우리 경제성장률도 내년도 2%대의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가정하에서는 10월에 피크를 이룰 것이지만, 그다음부터 내려오는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베이스 라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가는 선물 시장의 가격을 보고 베이스를 맞춰놨는데, 지금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제를 달았다.
아울러 이 총재는 자본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본 유출 징조가 없다"며 "자본이 빠져 나갈 곳은 (이미) 빠져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이라기보다는 최근 몇달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금을 가지고 나가는 것보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굉장히 많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기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열심히 보고 있지만 옛날 같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