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가 MiCA(Markets in Crypto-Assets, 디지털자산시장법안)법을 승인했다. 유럽연합(EU)은 가상화폐 송금 규제안을 통과시키고, 디파이(탈중앙화금융) 규제 감독 자동화 솔루션 연구 입찰을 진행하는 등 관련 법안과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카 법안을 찬성 28표, 반대 1표로 잠정 승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안은 승인까지 전체 유럽 의회 최종 투표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최종 승인되면 법률적 확인과 번역 절차를 거친 뒤 EU 저널에 게시된다. 법안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2024년이다.
유럽 의회는 같은 날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 단속을 위한 가상화폐 송금 규제안도 통과시켰다. 규제안에는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거래소가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 지갑(Un-hosted wallet)이 거래소가 서비스하고 있는 지갑(hosted wallet)과 1000유로 이상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규제안을 따라야 한다.
EU는 미카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디파이를 규제·감독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럽 집행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내장형 디파이 감시를 위한 연구’의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의 주목적은 디파이 활동 데이터를 블록체인에서 실시간·자동으로 수집해 감시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업계 내에서는 자동화 솔루션이 도입되면 시장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수집, 확인해 관계 당국에 전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의 각종 규제ㆍ관리 법안이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에 끼칠 영향은 미지수다. 업계에선 당장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어떤 영향이 있다’라고 말하기엔 애매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가 투자자에 주는 영향보다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투자자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라면서 “혹은 작년처럼 유동성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법안이 유동성에 큰 영향을 줄지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우리 금융당국이 이 법안들을 참고할 경우, 국내 기업에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당국이 미국의 방향성을 더 많이 참고해온 만큼, 이번에도 미국발 제도가 더 큰 영향을 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지난달 16일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 팩트시트(팩트시트)를 공개했다. 팩트시트의 내용에 따르면, 미 정부는 디지털자산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규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업계가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테라·루나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역시 지난 3일 ‘디지털 자산 금융 안정성 위험 및 규제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등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미국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 금융당국 역시 당분간 미국의 행보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