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이 국내 고용 시장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굵직한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시장과 발맞춰 성장하면서 일자리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일 본지 취재 결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한 해 1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 숫자는 11만4126명(2020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년(10만2912명)보다 1만1214명 증가한 규모다.
2011년 7만4477명이던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는 2020년까지 연평균 4.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고용증가율(0.8%)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업체 수도 2011년 823곳에서 2020년 1398곳으로 69.9% 증가, 산업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직군별 종사자 비율의 변화다. 과거 국내 제약사 대다수는 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면서 사업을 이어왔다. 따라서 제품을 만드는 생산직과 병원에 파는 영업직이 종사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신약 개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고, 전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에 위탁생산(CMO)이 주목받으면서 직군별 비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2년 31.6%를 차지하던 영업직 비율은 해마다 축소를 거듭해 2020년에는 22.2%로 줄어들었다. 반면, 생산직 비율은 점차 증가해 2020년에는 전체 제약바이오 종사자의 40%를 넘겼다. 사무직과 연구직의 비율이 각각 20%, 12% 안팎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꾸준한 고용 확대와 생산직 비율 증가의 배경에는 단시간 내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바이오기업들의 공이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표 C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임직원 수는 2016년 말 기준 1532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4329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잇따른 공장 증설과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주 확대가 이 같은 고용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3공장을 풀가동 중이며, 이달 중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4공장(25만6000ℓ)의 부분 가동을 시작한다. 4공장이 완공될 경우 생기는 직접 고용 일자리만 1850개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대규모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4공장에 이어 제2바이오캠퍼스 등 생산시설을 추가 확보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가 늘자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백신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도 단숨에 몸집을 불렸다.
SK케미칼에서 분할 설립된 2018년 말 424명이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임직원 수는 2020년에는 두 배(827명)로 늘었으며, 이듬해에는 1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백신 CMO 사업이 회사의 급성장을 이끌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 1839억 원이던 매출 규모도 2021년에는 929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의 고용 확대에는 진단키트 기업들도 한몫을 했다. 글로벌 진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산 진단키트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수요에 대응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의 2019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314명에 불과했다. 당시 연매출은 1220억 원, 영업이익은 224억 원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국내외에서 PCR 수요가 급증하자 회사 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2020년 말 616명, 2021년 말 1070명, 올해 상반기 말 1141명의 임직원 수를 기록했다. 2020년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 1조3708억 원, 영업이익 6667억 원을 달성했다.
또 다른 진단키트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도 팬데믹 이후 고용을 크게 늘렸다. 2020년 말 287명이던 임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말 54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3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액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기업들이 올해 하반기에도 공개 채용을 이어간다"면서 "청년 고용에 앞장서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고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